지난 한해 국내 중소형주지수는 8.22% 하락했다. 삼성전자발(發) 대형주 장세가 펼쳐진 탓이다. 이런 시장에서도 10%대 수익률을 거둔 중소형주펀드가 있다. 정상진 한국투자신탁운용 주식운용2팀장(사진)이 운용하는 ‘한국투자롱텀밸류’ 펀드다. 지난 19일 기준 이 펀드의 최근 1년 수익률은 11.61%에 달한다. 정 팀장이 이끄는 2팀에서 운용하는 ‘한국투자거꾸로’ 펀드(11.42%), ‘한국투자중소밸류’ 펀드(12.99%) 역시 우수한 성과를 거뒀다.

정 팀장은 “한 펀드에 약 80~100개 종목을 담아 위험을 분산시켰다”며 “주가가 오르는 주식은 조금씩 팔고 가치에 비해 지나치게 저평가된 종목을 담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인터뷰 내내 높은 수익률의 비결로 ‘남들이 안 보는 종목을 산다’는 교과서적인 원칙을 되풀이해 강조했다. ‘수능만점생’스러운 답변이었다.

▷대형주 강세장에서 중소형주로 높은 수익을 거뒀다.

“펀드에 중소형주 비중이 70% 가까이 된다. 지난해 초까지 각광받았던 바이오나 화장품 관련주는 하나도 없었다. 대신 남들이 안보는 업종에서 소외된 종목을 미리 찾아 투자했다. 정보기술(IT) 관련 장비나 소재주, 기계, 철강 업종 등이다. 남들이 7~8년간 버려놓은 중소형주를 거의 전 기관 통틀어 우리만 들고 있었다. 그런 종목들이 지난해 많이 올랐다.”

▷바이오·화장품은 왜 안 담았나.

“비쌌다. 바이오나 화장품은 장기로 볼 때 분명히 성장할 업종이다. 다만 우리 기준에 지금은 지나치게 밸류에이션(기업가치 대비 주가)이 높다고 봤다.”

▷기준이 뭔가.

“자산가치와 시가총액이다. 예컨대 2015년 당시 한미약품 시가총액은 8000억원이었다. 한미약품이 지분 60%를 갖고 있는 중국 제약사 베이징한미의 밸류가 약 1조원 정도였다. 한미약품이 가진 자산가치가 최소 6000억원이란 뜻이다. 거기에 한미약품의 국내 영업가치, 기술개발(R&D)하고 있는 신약 파이프라인 등의 성장가치를 따지면 시가총액 8000억원은 저평가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난해 초 은행주는 자산가치의 0.3배로 거래됐다. ‘내가 이 회사를 인수합병(M&A) 한다’는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쉽다. 설사 부실자산이 있더라도 국내 은행의 자산가치가 0.3배라는 것은 지나치게 낮지 않은가. 그런 개념으로 종목을 고른다.”

▷올해는 어떤 업종이 저평가됐나.

“올해는 지난해보다 시장이 복잡할 것 같다. 다만 내수주 중에는 충분히 저점을 찍은 데다 성장성이 살아있는 종목이 많다. IT 역시 지난해 이어 십수년만에 찾아온 ‘빅사이클’이라고 본다. 화학업종은 제품가격이 아직 추가로 오를 수 있는 여지가 많아서 유망하다. 해외건설을 중점적으로 하는 건설업종도 괜찮게 본다. 추세적으로 더 올라갈 수 있는 사이클이다.”

▷수익률이 높아도 펀드에 대한 관심이 시들하다.

“투자자들 입장은 이해된다. 다만 예전보다 스타일별로 특화한 펀드가 많다. 스타일을 계속 유지하는 펀드라면 단기적으로 성과가 좋지 않을 때 투자해볼 만하다. 펀드로 ‘대박’을 노리기보다는 연 5~7%의 수익률을 목표로 하고 오래 지켜보는 것이다. ‘적금 대신 펀드’라고 보는 게 어떨까. 자유적립식으로 주가가 떨어졌을 때 추가로 돈을 넣고 주가가 오를 때 찾으면 된다. 적금보다 수익률이 좋을 것이다.”

이현진 기자 appl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