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자가 일본에 대한 무역적자에 강한 불만을 나타내면서 일본 재계가 당혹해 하고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11일(이하 현지시간) 대선 이후 첫 기자회견에서 “미국의 통상교섭은 대실패”라며 “중국과의 무역에서 연간 수천억달러 손실을 내고 있고 일본, 멕시코 등과의 사이에도 무역불균형이 있다”고 지적했다. 미국 무역수지 적자는 2015년 7456억달러(약 877조원)로, 대(對)중국 적자가 절반 정도를 차지했다. 대일 적자는 700억달러(9.4%)로 독일에 이어 세 번째로 많다.

도요다 아키오 도요타자동차 사장이 10일 마이크 펜스 차기 미국 부통령과의 회담에서 도요타가 투자와 고용 창출을 통해 미국 경제에 기여하고 있는 데 대한 이해를 구한 지 하루 만에 일본을 콕 집어 무역적자 유도국으로 비난하고 나서면서 일본 재계가 충격에 빠진 모습이다.

미우라 아키오 일본상공회의소 회장은 12일 기자회견에서 “모든 나라와의 무역 불균형을 바로잡는 것이 옳은 것인가”라고 반문하며 “(상대국에 따라) 무역 적자가 되는 것은 당연하다”고 강조했다. 국가 간 경쟁 우위에 있는 분야가 다르다는 점을 인정해야 한다는 지적이다. 가마 가즈아키 IHI 상담역은 “미·일 정상끼리 이야기할 수밖에 없다”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역할을 요구했다.

일본 정부는 최대한 트럼프를 자극하지 않으려는 모습이다. 아소 다로 일본 부총리 겸 재무상은 13일 기자회견에서 “무역불균형의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이라며 중국을 앞세웠다. 그는 이어 “일본 자동차산업 등의 대미 직접 투자는 누적으로 4조엔을 넘어섰다”며 “(일본 투자로) 고용도 상당한 숫자로 성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전날 일본 정부 대변인 격인 스가 요시히데 관방장관은 “활발한 무역투자는 미·일 경제관계에서 활력의 원천이라고 생각한다”며 원론적 대응에 그쳤다.

아베 총리는 트럼프 당선 후 외국 정상으론 처음으로 미국으로 달려가 트럼프를 만난 데 이어 오는 27일을 전후해 취임 후 첫 정상회담 개최를 추진 중이다.

일본 정부 관계자가 “취임 후 회담에서는 성과도 있어야 하는데…”라고 말하는 등 일본 정부 내에 회담이 2월 이후로 연기될 수 있다는 견해도 있다고 요미우리신문은 전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