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은행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5%로 대폭 하향 조정했다. 한은이 2% 중반대의 성장률 전망치를 내놓은 건 외환위기가 한창이던 1999년 이후 처음이다.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금융통화위원회(이하 금통위) 정례회의 이후 가진 '통화정책방향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8%에서 2.5%로 0.3%포인트 하향 조정했다"고 말했다.

시장에선 한은의 성장률 전망치 하향을 예상했다. 앞서 국내외 투자은행(IB), 민간 연구기관들이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에 대해 2% 초중반에 머물 것으로 전망했기 때문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지난해 말 올해 국내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3%에서 2.6%로 대폭 내려잡은 바 있다.

이 총재는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한 주된 배경으로 민간소비 위축을 꼽았다. 수출은 세계경제 회복 등에 힘입어 완만하게 상승하겠으나, 경제주체의 심리 위축이 지속되면서 내수 회복세가 약화될 것이란 분석에서다.

그는 "소비심리 위축은 국내 정치적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기업 구조조정 진행, 고용 개선 제약 등이 종합적으로 작용해 나타난 결과"라며 "최근 소비 지표가 호조를 보인 건 코리아 세일 페스타 등 정부 정책에 힘입은 일시적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어 "민간소비는 예상보다 더 둔화될 것으로 보인다"며 "소비심리를 증폭시키는 것이 중요한 과제"라고 덧붙였다.

이 총재는 소비심리 뿐 아니라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부진한 점도 우려했다. 그는 "기업심리는 앞으로의 경제 상황에 대한 신뢰를 나타내는 것"이라며 "대외 불확실성 확대로 심리가 위축된 것으로 판단하고 기업심리 위축이 지속되면 고용과 성장에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그는 기업들의 실적이 개선될 것으로 전망되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원·달러 환율 상승, 원자재 가격 하락, 반도체 등 정보기술(IT) 업황 호전 등이 나타나 기업 실적이 호전되고 있다"며 "지난해 기업들이 자구 노력을 열심히 한 점도 수익 상황에 긍정적으로 영향을 미쳤다"고 언급했다.

이 총재는 저성장이 지속됨에 따라 잠재성장률 추정치를 조정하고 있다고 언급해 눈길을 끌었다. 한은은 지난 2015년 국내 잠재성장률이 3.0~3.2%로 추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그는 "수 년간 성장률이 2%대를 유지하고 있고 통계청 인구 추계 등을 감안했을 때 잠재성장률에 변화가 있었을 것이라 생각한다"며 "한은 조사국에서 잠재성장률을 새로 추정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총재는 경제성장률 전망치 추정에 영향을 미치는 원유도입단가의 경우 올해 배럴당 51달러를 기록할 것으로 봤다. 그는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 이행 불확실성, 경기 회복에 따른 수요 증가 정도 등의 변수가 있지만 여러가지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최근 변동성이 확대된 외환시장에 대해선 "미국 신정부 경제정책 방향에 대한 예상이 변하고 미국 중앙은행(Fed)의 금리 인상 속도·횟수에 대한 기대가 바뀌면서 환율 변동성이 높아졌다"고 봤다.

이어 "환율 변동성이 지나치게 높은 상황이 되면 경제 주체의 소비, 투자 등 경제행위에도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며 "지나치게 확대되지 않도록 시장 여건을 면밀히 모니터링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이 총재는 올해 국민은 물론 시장과의 소통을 더욱 강화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올해 금통위 회의 횟수를 12번에서 8번으로 조정한 것을 계기로 소통을 더욱 강화할 것 "이라며 "통화정책 의결문을 커뮤니케이션 주된 수단으로 삼고 정책의 투명성,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동시에 시그널도 강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채선희 박상재 한경닷컴 기자 csun0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