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권이 대선 연대 움직임으로 분주하다. 각 당, 주자들이 부지런히 ‘러브콜’을 주고받으며 정계 개편의 주도권을 쥐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정체성을 무시하고 선거 승리만을 위한 ‘정략적 짝짓기 시도’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새누리당과 국민의당, 개혁보수신당(가칭)은 오는 12일 귀국하는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에게 ‘함께하자’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 국민의당과 보수신당은 손학규 전 민주당 대표에게도 연대를 제의했다.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국민의당과의 ‘야권 통합’ 의지를 내비쳤다.
정우택 새누리당 원내대표는 최근 “반 전 총장 영입을 긍정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며 “새누리당이 혁신하면 (반 전 총장이) 우리 당으로 올 수 있다”고 말했다. 새누리당에서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과 정 원내대표가 주도하고 있는 ‘핵심 친박(친박근혜)’을 겨냥한 인적 청산도 이의 연장선상이라는 해석이 있다.
박지원 전 국민의당 원내대표는 “반 전 총장 등 충청권과 ‘뉴DJP(김대중-김종필) 연합’에 관심이 있다”고 했다. 다만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수구적’이라고 부정적 시각을 드러냈다. 안 전 대표는 손 전 대표와의 연대에 우선 순위를 두고 있다.
김무성 보수신당 의원도 “반 전 총장을 영입해 신보수·중도와 손잡고 좌파 집권을 막자”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50년 지기인 정태익 한국외교협회 명예회장이 보수신당 창당발기인에 이름을 올려 주목받았다. 반 전 총장과 보수신당의 연결 고리 역할을 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손 전 대표는 한 방송 인터뷰에서 “반 전 총장은 물론 안 전 대표, 김종인 민주당 의원 등이 함께하는 ‘빅텐트’에 참여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그렇다”고 답했다. 주호영 보수신당 원내대표는 “손 전 대표는 한나라당(새누리당 전신) 도지사로 활동했기 때문에 우리와 지향하는 바가 다르지 않다”고 연대 의사를 밝혔다.
반 전 총장은 김종인 의원에게 연대 손짓을 보낸 데 이어 “귀국 후 광범위한 사람·그룹과 의견을 교환하겠다”고 말했다. 김 의원과는 개헌을 고리로 함께할 수 있다는 게 반 전 총장 측 반응이다. 반 전 총장의 외교·안보와 김 의원의 경제가 결합되면 시너지 효과를 얻을 수 있다고 한 관계자는 말했다.
주도권 경쟁도 치열하다. 국민의당은 “제3세력 연대의 ‘플랫폼’은 우리 당”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반 전 총장 측은 “누구와 연대하든 주역은 반 전 총장”이라고 말했다.
견제구도 잦아지고 있다. 문 전 대표는 반 전 총장에 대해 “구시대에서 늘 누려온 분으로 촛불 민심이 요구하는 절박한 의지가 있는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손 전 대표를 연일 “철새 정치인”이라고 공격하고 있다. 국민의당은 문 전대표의 통합 제의를 거부했다.
이 같은 움직임에 오로지 대선 승리를 목표로 이념과 지지기반을 고려하지 않는 원칙 없는 이합집산 시도라는 비판도 나온다. ‘정략적 짝짓기’로 결국 파국을 맞은 1990년 민주정의당·통일민주당·신민주공화당의 3당 합당과 1997년 DJP 연대의 연장선상이라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