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제신문과 MBC가 지난 2일 발표한 대선주자 선호도 여론조사(리서치앤리서치) 결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25.1%)와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19.7%)이 양강구도를 형성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재명 성남시장(10.1%)과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6.4%)가 뒤를 이었다.

소득수준과 계층별 지지율은 갈렸다. 문 전 대표는 고소득·화이트칼라 직업군에서 높은 지지율을 보였다. 반면 저소득·블루칼라 층에서는 반 전 사무총장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고소득·화이트칼라 계층에서 이 시장은 반 전 총장을 바짝 뒤쫓았다.
'부자증세' 문재인, 고소득층서 1위…반기문은 저소득층서 '선두'
소득 수준에 따른 대선후보 선호도도 달랐다. 고소득층은 문 전 대표를 선호한 반면 저소득층은 반 전 총장을 선호했다. 소득수준 상(월 450만원 이상)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31.9%가 문 전 대표를 지지했다. 반면 소득수준 199만원 이하에선 반 전 총장이 29.2%의 지지율로 문 전 대표(9.7%)보다 훨씬 높았다.

저소득층 유권자가 하층 계층의 이익을 대변하는 진보정당 후보가 아니라 보수정당 후보를 지지하는 ‘계층 배반’ 현상이 나타난 것이다. 한국정당학회에 따르면 2012년 대선에서도 당시 보수 진영의 박근혜 새누리당 후보가 저소득층에서 과반의 지지를 받았다.

직업별로도 차이를 보였다. 문 전 대표는 화이트칼라(37.9%)와 학생(32.5%)에게 높은 지지를 받았다. 반 전 총장은 블루칼라(20.5%)와 농·임·어업 종사자(32.2%) 지지율에서 1위였다. 가정주부 지지율에서도 반 전 총장(25.9%)이 문 전 대표(15.9%)를 앞섰다. 학생층에선 반 전 총장 지지율이 4.4%로 낮았다.

김만흠 한국정치아카데미 원장은 “최근 여론조사는 촛불 정국에 호의적이고 변화에 민감한 학생·화이트칼라층에서 많이 응답했을 가능성이 크다”며 “보수 진영 후보로 평가받는 반 전 총장에 대한 여론은 적게 반영됐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정당 지지도에서도 부자증세를 밀어붙인 민주당의 고소득층 지지율이 가장 높았다. 소득 수준이 상이라고 답한 응답자 중 40.9%가 민주당을 지지했다. 증세에 부정적이던 새누리당은 11.1%의 지지율을 기록했다. 소득 199만원 이하 지지율에선 민주당(19.8%)과 새누리당(19.4%)의 지지율이 오차 범위 내라는 것을 고려하면 탄핵 역풍은 고소득층 지지율에서 크게 나타난 셈이다.

이 시장은 기본소득과 청년배당 등 복지제도 확충을 강조하지만 저소득층 지지(4.6%)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오히려 고소득(12.9%)·화이트칼라(12.9%)층에서 높은 지지를 얻어 반 전 총장에게 오차 범위로 접근했다.

홍형식 한길리서치 소장은 “경제는 보수, 사회개혁은 진보라는 관념이 여전히 반영된 결과일 수 있다”며 “저소득층에는 정치·사회개혁보다 경제가 더 중요한 문제”라고 분석했다. 또 “당장 실질적으로 체감하기 힘든 복지제도보다 경제성장을 통한 소득 증대가 저소득층에 더 호소력이 있을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자세한 사항은 중앙선거여론조사공정심의위원회 홈페이지를 참조하면 된다.

김기만 기자 mg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