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ADVERTISEMENT

    [책마을] "일본 통해 자본주의 이식된 한국…저신뢰 '나선형 사회'는 극복 과제"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경제사 1·2
    이영훈 지음 / 일조각 / 720·660쪽 / 각권 4만5000원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 3000년 한국경제사 조명
    고대-중세-근대 구분은 잘못…조직·공동체 변화 따라 시대 나눠
    "서구근대문명 일본 통해 이식…현대 한국사회 형성돼"
    [책마을] "일본 통해 자본주의 이식된 한국…저신뢰 '나선형 사회'는 극복 과제"
    두 권을 합하면 1390쪽에 달하는 대작이다. 이영훈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65·사진)의 한국경제사 1·2는 누구보다 다산(多産)적인 저자의 연구 인생을 총결산하면서 현 단계 한국 경제사 연구의 축적을 과시하는 역작이다. 1권은 선사시대부터 19세기까지, 2권은 20세기부터 21세기 현재까지를 다루고 있다. 선사시대부터 시작하지만 강렬한 현재적 문제의식의 소산으로서 타성에 젖은 통념과 상식을 강타한다.

    [책마을] "일본 통해 자본주의 이식된 한국…저신뢰 '나선형 사회'는 극복 과제"
    현대 한국인이 살고 있는 이 사회, 고도로 산업화된 시장경제는 어떻게 성립하게 된 것인가. 한국인은 언제 사적 자치의 주체로서 자유로운 개인으로 바뀌었는가. 저자는 한국의 역사학과 사회과학이 이런 존재론적 질문을 아예 하지 않거나 잘못 답하고 있다고 비판한다. 한국사를 지배하고 있는 마르크스주의 역사학의 일원론적 역사법칙과 고대·중세·근대의 3분법적인 시대 구분은 ‘잘못된 잣대’여서 한국사의 실상과 전혀 들어맞지 않는다. 특히 조선 후기에 근대가 자생했다는 자본주의 맹아론과 내재적 발전론의 역사학은 자신의 삶을 가능케 하는 사회에 도덕적 비난만을 일삼는 국민을 만들어내기에 이르렀다.

    18세기 말 작품으로 추정되는 ‘태평성시도’. 18세기 조선은 균안(均安)의 유교적 이상에 어울리는 안정을 누렸다. 일조각 제공
    18세기 말 작품으로 추정되는 ‘태평성시도’. 18세기 조선은 균안(均安)의 유교적 이상에 어울리는 안정을 누렸다. 일조각 제공
    역사를 계급 간 갈등과 생산 양식 교체로 설명하는 마르크스주의 역사학과 달리 이 책은 구성원의 협력이 이뤄지는 조직과 단체 및 공동체의 변화에 주목해 새로운 시대 구분을 시도했다. 한국사를 선사시대의 원초적인 공동체로부터 세대가 분출하기 시작해 20세기 이후 개인이 성립하기까지 네 개의 시대로 구분했다. 제1시대는 기원전 3세기~기원후 7세기 취락의 시대, 제2시대는 8~14세기 정(丁)의 시대, 제3시대는 15~19세기 호(戶)의 시대다. 20세기부터 개인의 시대인 제4시대가 시작된다.

    장구한 역사의 흐름 속에서 생산과 국가의 수취를 위한 조직의 구성이 변화하고 규모가 줄어들었다. 15세기 이후 조선시대에 진행된 ‘유교적 전환’ 과정에서 중앙집권적인 국가가 개별 인신을 차별적으로 지배하는 신분제 사회가 성립했다. 수도에 집주한 지배 공동체가 지방을 군사적으로 지배하는 제2시대의 공동체 사회가 해체됐으며 이 과정에서 노비가 인구의 40%까지 급증했다. 노비를 이용한 농장 경영이 번성했지만 17세기 이후에는 가족 노동을 이용한 소농 경영의 자립성이 강화돼 소농이 중심이 되는 사회가 성립했다. 18세기에 균안(均安)의 유교적 이상에 어울리는 안정을 누렸지만 19세기 이후 인구와 자원 간 균형이 깨져 위기를 맞이했다.

    이 책의 핵심적 주장은 이런 전통문명에 서구에서 발원한 근대문명이 20세기 일본의 지배를 통해 이식됨으로써 현대 한국 사회가 형성됐다는 것이다. 놓치지 말아야 할 논점은 이런 ‘문명사의 대전환’은 외래 문명의 이식 과정이었지만 한국 고유의 전통문명이 ‘재편성’되고 ‘완성’되는 과정이기도 했다는 점이다.

    ‘부풀려진 역사’와 일반의 상식은 이 전환을 ‘노예 상태로의 전락’으로만 기억하려고 하지만, 민법에 의해 개인이 사권(私權)의 주체로 성립하고 토지에 대한 재산권이 보장되는 등 시장경제의 발달을 위한 제도가 갖춰졌던 시기였다. 현재까지 이어지는 동아시아 자본주의의 발전에 따라 급속한 공업화와 경제 성장이 이뤄진 근대적 전환의 시기였다.

    일본이 주도한 변화였지만 소농사회로까지 발전한 전통문명의 기반이 없었다면 불가능한 변화였으며 한국인도 적극적으로 대응했다.

    저자에 따르면 한국 사회는 지위 상승을 위해 무한경쟁하는 저(低)신뢰의 ‘나선형 사회’다. 조직이나 단체의 유대관계가 안정적이지 못해 가족과 친족에 의지할 뿐 고독하게 생활하는 개인들이 중앙집권적인 국가와 대면하는 사회의 유형이다. 신뢰가 낮기 때문에 이해당사자 간 갈등을 해결하지 못해 국가에 의존하는 사회다.

    이 책은 이런 한국 사회와 ‘한국형 시장경제’의 국가주의적인 특질이 역사적으로 매우 깊은 뿌리를 갖고 있음을 보여준다. 요컨대 조선왕조 국가의 차별적인 인신 지배가 촌락 내부에까지 깊숙이 미침에 따라 농촌사회는 분열과 갈등으로 협력하지 못했다. 강력한 역사적 경로의 의존성을 주장하는 이 책에 부제를 붙인다면 ‘한국 경제의 제도적 특질의 역사적 기원’이나 ‘한국형 시장경제의 역사적 기원’이 가능할 것이다. 이 책은 한국 경제의 각종 구성요소의 유래를 밝히는 ‘한국 경제의 계보학’이다.

    3000년을 오르내린 시간여행을 마치면서 저자는 한국 경제사 공부가 왜 필요한지 말한다. “위기감이 깊을수록 차분히 지난 세월에 무슨 일이 왜, 어떻게 일어났는지를 살펴야 한다. 역사로부터 한 시대를 이끌거나 망쳐버린 지혜와 어리석음을 배워야 한다.” 이 위기의 시기에 꼭 필요한 책이 때맞춰 나왔다.

    김재호 < 전남대 경제학부 교수 >

    ADVERTISEMENT

    1. 1

      호텔에서 시작되는 루이 비통 여행, JW 메리어트 동대문x ‘비저너리 저니 서울’ 협업

      JW 메리어트 동대문 스퀘어 서울이 글로벌 브랜드 루이 비통(Louis Vuitton)의 문화 체험형 전시 ‘루이 비통 비저너리 저니 서울(Louis Vuitton Visionary Journeys Seoul)’과 협업 프로그램을 선보이며 투숙객을 위한 새로운 도시 여행 경험을 제안한다.이번 협업은 단순한 호텔 숙박을 넘어 서울의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을 함께 경험할 수 있는 여행 동선을 제안하는 파일럿 프로젝트다. 호텔은 숙박 공간을 넘어 예술과 쇼핑, 문화 콘텐츠를 연결하는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고 있다.루이 비통은 19세기 여행용 트렁크 제작에서 출발해 ‘여행의 예술(Art of Travel)’이라는 철학을 발전시켜온 브랜드다. 이러한 여행 DNA와 호텔이 지향하는 럭셔리 스테이 경험이 맞닿으며, 브랜드의 문화 콘텐츠와 호텔의 여행 경험을 결합한 새로운 형태의 협업이 탄생했다.전시는 서울 명동의 LV 더 플레이스 서울(LV The Place Seoul)에서 열린다. 신세계백화점 본관(구관)을 리뉴얼해 전시와 매장, 레스토랑, 카페, 초콜릿 숍이 결합된 루이 비통 복합 문화 공간으로 새롭게 조성했다. 건물 전관 6개 층에 걸쳐 브랜드의 역사와 장인정신, 혁신을 보여주는 다양한 아카이브가 전시되며, 아이코닉한 트렁크와 모노그램 캔버스 등을 가까이에서 만날 수 있다.호텔 투숙객은 체크인 시 프론트 데스크나 컨시어지를 통해 전시에 대한 안내를 받을 수 있다. 호텔은 명동까지 이어지는 이동 동선을 고려해 리플렛과 택시 카드를 함께 제공하며, 이를 통해 동대문에서 명동까지 이어지는 서울 도심 문화 여행 루트를 자연스럽게 경험할 수 있도록 했다.또한 호텔 투숙객에게는 전시 우선 입장 혜택이 제공돼 사전 예약 없이

    2. 2

      한섬 타임, 국내 기성복 최초 '여성 파리패션위크' 공식 캘린더 등재

      현대백화점그룹 계열 패션전문기업 한섬은 대표 브랜드 '타임(TIME)'이 국내 기성복 브랜드 중 처음으로 여성 파리패션위크 공식 캘린더에 등재됐다고 11일 밝혔다.타임은 2026 가을·겨울(F/W) 여성 파리패션위크 공식 캘린더에 등재돼 지난 9일(현지 시간) 프랑스 문화의 상징인 리슐리외 국립 도서관에서 프레젠테이션을 진행했다. 타임은 한섬이 1993년 론칭한 여성복 브랜드로, 국내 기성복 브랜드가 여성 파리패션위크의 공식 캘린더에 등재된 건 이번이 처음이다.파리패션위크는 런던·밀라노·뉴욕과 더불어 세계에서 가장 권위있는 글로벌 4대 패션위크 중 하나다. 남성, 오뜨쿠뛰르(고급 맞춤복), 여성 세 분야로 나눠 진행되며 여성 파리패션위크는 세계 수십만 개의 브랜드 중 글로벌 명품 브랜드와 유명 디자이너 브랜드만 공식 캘린더에 이름을 올리는 '메인 이벤트'로 알려져 있다. 한섬 관계자는 "파리패션위크를 주관하는 프랑스 패션협회(FHCM)는 공식 캘린더에 등재될 브랜드를 심사하는 기준이 매우 까다롭고 엄격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며 "여성 파리패션위크 공식 캘린더에 타임이 등재된 건, 한국형 럭셔리 패션이 글로벌 스탠다드로 인정받았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한섬이 프랑스 리슐리외 국립 도서관에서 진행한 2026년 가을겨울 프레젠테이션에서는 '시간의 레이어' 콘셉트로 디자인된 의류와 잡화 200여 종이 선보여졌다. 트렌치코트와 코트 등은 각기 다른 소재를 덧대 볼륨을 살리고, 소재와 질감을 대비시키는 등 디테일을 표현했다.한섬은 이번 등재에 대해 2012년 현대백화점그룹으로 인수된 뒤 글로벌 브랜드화를 추진한 게 성과로 이

    3. 3

      "아빠는 개 싫어한다"는 말에 숨겨진 우주의 무게 [곽민지의 반려인간 리얼리티]

      "아빠는 개 싫어한다."우리 아빠도 그랬다. 현재 내 반려견인 김정원을 임시 보호하던 시절, 아니 그전에 다른 강아지를 임시 보호할 때도 아빠는 내가 개를 입양하지 않길 바랐다. 개가 싫어서라기보다는 생명을 책임지는 무게를 걱정했다. 평생 직장인으로 살아온 아빠는 프리랜서 작가의 삶을 든든해하면서도 늘 걱정했다.방송 일은 너무 바빠 보여 걱정이었고, 기고하는 일은 수입이 적어 걱정이었으리라. 그저 제 한 몸 밥이나 잘 먹고 잘 잤으면 하는 마음, 제 한 몸도 못 챙기는 것 같아 피어나는 조바심 속에서 강아지 하나가 더 들어오는 일을 아빠가 찬성할 리는 없었다.김정원을 입양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부모님 집 근처에서 산책을 하는데, 차 한 대가 속도를 천천히 줄이더니 이내 운전석 창문이 내려갔다. "민지야!" 아빠가 내 이름을 부르고, 나는 반가워서 아빠를 바라봤다. 아빠는 뒤에 따라오는 차가 있어 오래 대화할 수 없다는 걸 눈치채고는 소리쳤다. "애 단단히 입혀서 다녀라!"겨울이었지만 내 강아지는 두꺼운 옷을 입고 있었다. '얘가 입은 패딩이 내가 입은 것보다 비싼데…' 말하려는 순간 아빠는 창문을 닫고 주차장으로 들어가 버렸다. 아빠는 정원이가 패딩을 입어도 안타까워하고, 우리 밥 먹는 시간에 김정원 밥을 동시에 안 준다고 안타까워하고, 웅크리고 잔다고 안타까워하고, 집 안에서 배변을 못 한다고 안타까워한다.그 때문에 산책 여러 번 나가는 날 걱정하는 척하다가도, TV나 보면서 좀 쉬려고 하면 꼭 한마디 한다. "정원이 데리고 나갈 때 안 됐냐?" 좀 전에 갔다 왔다고 하면 덧붙인다. "말을 못 하니 얼마나 불쌍해?" 아빠,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