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89세의 박돈 화백은 이육사의 시 ‘광야’를 특유의 향토적인 색채로 묘사한 작품을 걸었다. 광야에서 힘차게 말을 달리는 모습을 그리며 고향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을 풀어냈다.
50대 여성화가 황주리 씨는 김남조의 ‘편지’를 삽화 같은 풍경화로 살려냈다. 황씨는 “캔버스 앞에 앉아 작업할 때 자주 읊조리는 애송시”라며 “가슴 한편에 숨겨둔 아련한 첫사랑과 추억을 그려냈다”고 말했다. 원광대 미술대학장을 지낸 이중희 씨는 서정주의 ‘국화 옆에서’를 화폭에 담았다. 단청 색상을 바탕으로 반추상의 꽃잎을 반복적으로 그려 그리움을 형상화했다. 행위미술 1세대 작가 김구림은 이상의 시 ‘꽃나무’를 특유의 콜라주 기법으로 제작했고, 자연과 생명을 노래하는 김병종 서울대 교수는 박두진의 시 ‘해’를 붉은 꽃으로 풀어냈다.
시인이자 갤러리스트인 김성옥 갤러리 서림 대표는 “예전에는 문인, 화가, 연극인, 음악인 등이 서로 교류하며 영향을 주고받았다”면서 “지난 29년 동안 시 500여편을 120여명의 화가가 그렸다”고 말했다. (02)515-3377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