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각 촛불과 태극기를 든 시민들의 함성이 2016년 병신년(丙申年) 마지막 날에도 광장을 뒤덮었다.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10차 주말 촛불집회에 참가한 시민들은 ‘송박영신’(박근혜 대통령을 보내고 새해를 맞다)을 외치며 빠른 탄핵 결정을 촉구했다. 보수단체들은 ‘송화영태’(촛불을 보내고 태극기를 맞다)를 구호로 태극기를 흔들며 덕수궁 대한문 앞과 서울광장 일대에서 맞불집회를 했다.

‘박근혜정권 퇴진 비상국민행동’(퇴진행동)은 지난달 31일 오후 7시 광화문광장에서 촛불집회를 열었다. 주최 측 추산으로 100만명(하루 누적 인원)이 참가했다. 특정 시점 최다 운집인원을 집계한 경찰은 오후 9시45분께 6만5000명이 모였다고 발표했다. 퇴진행동 측은 “1차 주말 집회가 열린 10월29일부터 이날까지 전국 누적 참가자가 1000만명을 넘었다”고 했다.

촛불집회 참가자들은 ‘더 나은 세상’을 바라는 마음을 나타냈다. 대구 수성구에서 온 대학생 여지원 씨(21)는 “세상이 바뀌는 역사적 시기의 한복판에 있는 게 감격스럽다”며 “새해엔 다른 세상을 꿈꾸는 시민들의 열망이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김성례 씨(69·서울 자양동)는 “박근혜 대통령이 물러나야 진정 새로운 해가 올 것”이라며 “국민 모두가 잘사는 세상이 됐으면 좋겠다”고 했다. 퇴진행동 측은 1일 “이달 셋째주까지의 행진계획을 경찰에 신고했다”며 “헌법재판소가 탄핵소추안을 인용할 때까지 촛불시위를 계속하겠다”고 밝혔다.

박근혜를 사랑하는 모임(박사모) 등 보수단체가 주축인 ‘탄핵 기각을 위한 국민총궐기 운동본부’가 대한문 앞에서 연 집회에는 주최 측 추산 72만5000명(경찰 추산 2만5000명)이 참가했다. 강석조 씨(65·서울 대치동)는 “사실이 아니라 감정이 지배하는 ‘광장민주주의’를 우려한다”며 “특별검사와 헌재가 여론에 휘둘려서는 안 될 것”이라고 했다.

회사원 변강석 씨(31)는 “제2의 광우병 사태라고 불러도 될 만큼 음모론으로 어지러운 해였다”며 “헌재가 탄핵안을 기각해 혼란스러운 시국을 정리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양측은 오후 11시께 각각 행사를 끝내고 ‘제야의 종’ 타종행사가 열리는 보신각 일대로 모여들었다. 타종 때 “조기 탄핵”을 외치는 목소리와 “탄핵 무효” 함성이 엇갈려 터져나왔다. 경찰이 1만8400여명을 투입해 안전관리를 하고 시민들도 과격한 행동을 자제한 덕분에 양측 간 큰 충돌은 없었다.

마지혜/조아란/임락근 기자 look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