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분기 성적이 승부를 갈랐다. 올 3분기까지 주식발행시장(ECM)과 인수합병(M&A) 시장 선두를 유지하던 전통의 강호들이 4분기 ‘빅딜’을 신흥 강자들에게 내줘 연간 전체 순위가 뒤집혔다. 채권발행시장(DCM) 분야에서는 KB투자증권이 최강자 자리를 지켰다.
ECM 주관, 한국투자증권의 돌풍

한국투자증권(한투)은 올해 ECM 분야에서 2조8710억원(대표주관 기준)의 실적을 올리며 1위에 등극했다. 한투는 올해 기업공개(IPO)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며 압도적 실적을 올렸다. 대표주관사를 맡은 IPO 건수(14건)와 실적(1조3595억원) 모두 1위였다. 올 4분기에 이뤄진 삼성바이오로직스(공모 규모 2조2496억원), 두산밥캣(9008억원) 등의 대표주관을 맡은 것이 결정적이었다. 지난해 1위였던 NH투자증권(6053억원)을 두 배 이상 실적으로 따돌렸다.

전통의 강호로 통하는 NH투자증권은 ECM 분야에서 2조2110억원의 실적을 내 2위로 밀렸다. 클리오(1844억원), 신라젠(1500억원) 등의 상장을 대표주관하긴 했지만 빅딜 경쟁에서 밀려 IPO 부문 3위로 처진 여파다.

미래에셋대우는 작년에 이어 ECM 시장 3위를 유지했다. 대표주관을 맡은 IPO 시장 ‘대어’인 호텔롯데 상장이 미뤄지면서 기대보다는 아쉬운 성적에 그쳤다.

M&A 자문, 도이치의 추락

M&A 시장에서는 2014~2015년 재무자문 1위를 차지한 도이치증권이 10위권 밖으로 밀려나는 이변이 벌어졌다. 모건스탠리와 크레디트스위스(CS)가 각각 발표기준 1, 2위를 차지하면서 신흥 강자로 부상했다.

모건스탠리는 4분기에 MBK파트너스의 워프T&T 인수 자문을 맡아 3분기까지 1위였던 CS를 제쳤다. 홍콩 통신업체 워프 거래 금액은 1조3596억원. 올해 전체 M&A 거래(발표기준) 중 삼성전자의 하만카돈 인수(9조4155억원), 미래에셋증권의 대우증권(현 미래에셋대우) 인수(2조3205억원)에 이어 세 번째로 큰 규모였다.

CS는 대우증권 현대증권 등의 조(兆)단위 M&A를 자문해 거래완료 기준 1위에 올랐다. 발표기준에선 올해 6건, 5조5976억원의 자문을 수행해 모건스탠리에 밀렸지만 차이는 약 1500억원에 불과했다. M&A 법률자문 부문에선 김앤장법률사무소가 1위를 꿰찼다. 지난해 법무법인 태평양에 1위를 내줬지만 올해는 55건, 10조5626억원의 자문으로 자리를 되찾았다.

회계실사 부문은 딜로이트안진의 독주였다. 이 분야에서 올해 24건, 19조8187억원의 실적을 올렸다. 4분기 삼성전자의 하만카돈 인수 실사자문을 제공하는 등 경쟁자들을 큰 차로 따돌렸다.

DCM 주관, SK증권의 급부상

DCM 분야에선 이변이 없었다. KB투자증권이 4년 연속 1위를 지켰다. 올 한 해 11조4827억원어치 채권(특수채 은행채 등 제외) 발행을 대표주관하며 점유율 15.69%를 차지했다. 채권 유형별로는 여신전문금융회사채(FB) 부문 1위, 일반 회사채(SB)와 자산유동화증권(ABS) 부문 2위였다.

SK증권은 KB투자증권에 이어 전체 채권 대표주관 순위 2위에 올랐다. 8조7821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대표주관하며 지난해(5위)보다 순위를 세 단계 끌어올렸다. 한국투자증권(대표주관액 7조6599억원)과 NH투자증권(7조4184억원)이 3, 4위였다.

지난해 2위였던 미래에셋대우(6조6195억원)는 점유율이 10% 밑으로 떨어져 5위로 내려앉았다. 하지만 ‘태풍의 눈’으로 통한다. 30일 미래에셋증권과 합병 후 7조원에 가까운 자기자본을 앞세워 점유율을 빠른 속도로 회복할 것으로 예상된다.

SB 부문에선 6조4095억원어치 회사채 발행을 대표주관한 NH투자증권이 선두에 올랐다. ABS 부문 1위는 1조7605억원어치 채권 발행을 대행한 SK증권에 돌아갔다.

김태호/이고운/하헌형 기자 highkick@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