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대통령 당선자(사진)가 내년 1월20일 취임 후 현행 미국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법개정 절차없이 한국과 중국 등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되면 미국으로부터 다양한 형태의 무역보복을 당할 가능성이 커진다.

26일(현지시간) 주미(駐美) 한국대사관에 따르면 미국 재무부는 환율조작국 지정 규정 운영과 관련한 한국대사관의 문의에 “올해 개정된 무역촉진법뿐 아니라 기존 종합무역법을 근거로 환율조작국 지정이 가능하다”고 답변했다.

미 재무부는 또 “종합무역법의 환율조작국 지정 관련 조건과 절차 등을 무역촉진법에서 보완했지만 후발법이 선행법에 우선하는 게 아니다”며 “어느 법을 근거로 환율조작국 지정을 할지는 재무부 재량”이라고 덧붙였다.

한국 기획재정부는 미 재무부의 이런 의견을 주미 대사관을 통해 확인했다고 27일 밝혔다. 올해 2월 발효된 미국 무역촉진법은 △대미(對美) 무역수지 흑자 연 200억달러 이상 △경상수지 흑자 국내총생산(GDP)의 3% 이상 △일방적이고 반복적인 외환시장 개입 등 세 가지 조건을 충족해야 교역상대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다고 명시했다.

한국은 일방적인 외환시장 개입 조항에 해당하지 않아 환율조작국 지정을 피했다. 중국은 경상수지 흑자 규모와 일방적 개입 조항을 적용받지 않았다.

후발법인 무역촉진법과 달리 1988년 제정된 종합무역법은 적용 범위가 훨씬 넓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이나 경상수지 흑자국 중 환율 조작 혐의가 있는 나라를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했다. 미국이 종합무역법을 적용하면 한국 중국은 환율조작국에 지정될 가능성이 있다. 트럼프 당선자는 대통령선거 과정에서 중국의 불공정 무역행위를 비판하면서 취임 첫날 중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하겠다는 공약을 내세웠다.

■ 미국 종합무역법

Omnibus Trade and Competitive Act of 1988. 미국이 교역상대국을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할 수 있도록 1988년 제정한 법이다. 대미 무역수지 흑자국이나 경상수지 흑자국 중 환율조작 혐의가 있는 나라에 적용한다.

워싱턴=박수진 특파원/이상열 기자 psj@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