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에서는 전경련이 해체되더라도 기업들의 공통 이해를 대변할 최소한의 조직은 필요하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 개별 기업이 정부 정책 결정이나 국회 입법 과정에 직접 의견을 내는 것은 ‘부정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김영란법)에 저촉될 소지가 있다. 그러나 복수의 기업이 단체를 세워 정부와 국회에 건의하는 것은 정당한 이익단체 활동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지난 6일 국회 국정조사 1차 청문회 당시 구본무 LG그룹 회장이 “전경련은 헤리티지재단처럼 재단 성격으로 운영하면서 각 기업의 친목단체로 남아야 한다”고 말한 배경이다.
일각에서는 “대한상공회의소가 전경련 역할을 대신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지만 한계가 있다는 분석이 많다. 재계 관계자는 “대한상의는 회원사의 90% 이상이 중소기업이기 때문에 대기업의 이익만 대변하는 역할을 할 수 없다”며 “전경련이 힘이 빠지면 대한상의의 영향력이 커지겠지만 모든 기능을 가져올 수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기업 사이에선 전경련이 어떤 식으로든 명맥을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없지 않다. 이런 분위기를 반영해 전경련은 지난 7일 긴급 임원회의를 열고 쇄신 방안 마련에 들어갔다. 내부적으로 인사, 조직, 사업 등 세 부문의 쇄신 방안을 마련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전경련은 내년 2월 열리는 정기총회에서 쇄신안을 내놓을 계획이다.
그러나 전경련의 쇄신안 마련 자체가 무의미하다는 지적도 있다. 주요 그룹이 탈퇴하면 전경련의 쇄신안을 승인하고 추진할 동력이 없어지기 때문이다. 당장 내년 1월 예정된 정기 회장단 회의가 열릴 수 있을지도 불투명하다. 지난달 회장단 회의도 참석률이 저조해 회의가 무산됐다.
김순신 기자 soonsin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