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VC 2곳도 투자자로 참여
정부가 민간투자회사와 함께 바이오, 로봇, 자율주행자동차 등 신(新)성장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1조원 규모의 정책펀드 조성을 추진한다. 이스라엘 ‘요즈마 펀드’를 벤치마킹하는 이번 펀드는 국내에서 민관이 공동으로 정책펀드를 조성하는 첫 사례다.
2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지난 23일 한국산업기술진흥원에서 ‘정책펀드 조성 킥오프 회의’를 열었다. 12개 신성장산업 육성을 위해 1조원 규모의 ‘4차산업 투자 정책펀드’ 조성을 추진하기로 했다. 산업통상자원부 주재로 열린 이날 회의에는 산업은행, 기업은행, 성장금융, NHN인베스트먼트, 한국전력, 한국산업기술진흥원 등이 참여했다. 정책펀드가 지원할 12대 신산업은 △전기·자율차 △스마트·친환경 선박 △사물인터넷 가전 △로봇 △바이오헬스 △항공·드론 △프리미엄 소비재 △에너지신산업 △첨단 신소재 △증강현실(AR)·가상현실(VR) △차세대 디스플레이 △차세대 반도체다.
이번 정책펀드에는 산업은행, 한국벤처투자, 성장금융 등 정책금융기관이 주요 투자자(LP)로 나선다. 여기에 기업주도형 벤처캐피털(CVC) 두 곳도 LP로 참여할 계획이다. 내년 1분기 펀드 조성 방향을 정한 뒤 2분기 1차 펀드(3000억원), 3분기 2차 펀드(3000억원), 4분기 3차 펀드(4000억원)를 조성해 내년 말까지 1조원 결성을 마치는 게 목표다.
산업통상자원부는 기업 금융회사 연구기관 언론 등이 참여한 ‘신(新)산업 민관협의회’를 구성해 지난 1년간 정책과제를 발굴해왔다. 사물인터넷, 빅데이터, 인공지능 등 기존 산업과는 차원이 다른 기술 혁신이 글로벌 산업 현장에 대변혁을 가져오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정부는 지난 21일 신산업 창출 및 시장 조성을 지원하기 위해 5년간 민관합동으로 7조원 이상의 연구개발(R&D) 자금을 지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에 조성하는 4차산업 정책펀드가 그 출발점이 되는 셈이다. 이번 정책펀드 성과에 따라 전력신사업펀드(2조원), 선박펀드(2조원), 반도체펀드(2000억원), 초기바이오펀드(300억원) 등도 차례로 조성할 계획이다. 산업부 관계자는 “이번 펀드가 뛰어난 기술력을 갖춘 혁신기업들이 성장하는 마중물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펀드에 기업주도형벤처캐피털(CVC)을 출자자로 끌어들인 점도 눈에 띈다. 과거 녹색성장펀드 등 정부 주도형 정책펀드의 실패 사례를 반면교사 삼아 민간 주도형 투자가 이뤄지도록 하기 위해서다. 이스라엘의 민관합동 정책펀드인 요즈마 펀드의 도움을 받기로 한 것도 같은 이유에서다. 1993년 1억달러로 출범해 현재 규모가 50억달러에 달하는 요즈마 펀드는 정책펀드의 대표적 성공 사례로 꼽힌다.
정책펀드 관계자는 “요즈마 펀드는 투자기업이 성공하면 정부는 이자 정도만 보상받고 나머지 이익은 민간에 되돌려주는 구조”라며 “4차산업 투자펀드도 이와 비슷한 구조를 형성할 가능성이 높다”고 설명했다.
이지훈/김태호 기자 highkick@hankyu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