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이 덕산하이메탈 등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이민하 기자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이 덕산하이메탈 등 주요 계열사들의 사업 전략을 설명하고 있다. 이민하 기자
1998년 겨울 이준호 덕산그룹 회장은 중대한 결정을 앞두고 있었다. 16년째 운영하던 조선 기자재업체 덕산산업의 경영 상황은 외환위기 이후 나날이 어려워졌다. 남들이 하지 못하는 새로운 것이 절실했다. 당시 최첨단 산업으로 떠오르던 반도체 분야가 눈에 들어왔다. 조선·자동차·석유화학 업체가 즐비한 울산 효문산업단지에 반도체 소재 부품업체가 들어선 것은 이듬해 봄이었다. 1999년 문을 열 때 300만원에 불과하던 덕산하이메탈의 매출은 올해 600억원대로 불어났다. 당시 일본 센주메탈이 독점했던 반도체 후공정 패키징 소재 ‘솔더볼’(사진)을 국산화한 덕분이다.

◆‘글로벌 톱’ 노리는 강소기업

덕산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덕산하이메탈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을 포함해 미국 중국 일본 등 세계 반도체 업체에 솔더볼 등을 공급하고 있다. 국내 시장점유율은 1위, 세계 시장에서는 센주메탈에 이어 2위다. 올해 매출은 지난해와 비슷한 600억~620억원 안팎으로 예상된다. 솔더볼은 반도체를 패키징하는 후(後)공정 시 반도체 칩과 전자회로기판(PCB)을 연결, 전기 신호를 전달하는 공 모양의 초정밀 부품이다. 내년에는 기존 솔더볼에 이어 전(前)공정 소재부품으로 사업 영역을 확대할 계획이다.

이 회장은 “지난 몇 년간 차세대 먹거리를 찾기 위한 연구·개발(R&D)에 집중해왔다”며 “성능을 개선한 후공정 소재부품뿐 아니라 전공정에 들어가는 신소재 개발도 마무리 단계”라고 말했다. 이 회장은 “반도체 공정 변화에 따라 기존보다 더 작아진 크기의 솔더볼과 도전볼(컨덕티브 파티클)로 경쟁 우위를 이어갈 것”이라며 “내년에는 솔더볼 세계 1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R&D 핵심인력이 곧 경쟁력“

이 회장은 지속적인 R&D 투자를 핵심 경쟁력으로 꼽았다. 그는 “덕산하이메탈은 순수 개발인력만 60명으로 전체 직원의 약 38%에 달한다”며 “개발 지원 부서까지 포함하면 연구 관련 인력이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지난해 덕산하이메탈 내 화학소재 사업부를 인적분할해 설립한 덕산네오룩스도 덕산하이메탈처럼 기술경쟁력을 갖춘 기업이다. 이 회사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에 사용되는 정공수송층(HTL), 정공주입층(HIL), 적색인광 등을 생산한다. 삼성디스플레이에 OLED 소재를 독점적으로 공급하고 있다. 보유 특허만 400여개에 이른다. 덕산그룹은 이 외에도 반도체 공정 소재(프리커서) 생산업체 덕산테코피아, 디스플레이 필름 제조업체 덕산에스지 등 분야별 전문업체 6개사를 거느리고 있다.

◆반도체·OLED 등 소재 분야 확대

덕산그룹은 또 한 차례 변신을 준비하고 있다. 올해 하반기 덕산하이메탈을 중심으로 한 지배구조 개편을 마무리했다. 전문경영인도 영입했다. 반도체 전·후공정 소재 외에도 자동차 부품 소재, OLED 조명 소재 등의 상용화 계획도 세웠다.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기 위한 작업을 진행 중이다. 이 회장은 “내년 하반기에는 개발 마무리 단계인 반도체 전공정 소재 분야 등에서 신규 매출이 발생할 것”이라며 “반도체 소재 개발을 통해 얻은 기술력을 바탕으로 신규 사업도 공격적으로 확장하겠다”고 말했다.

울산=이민하 기자 minari@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