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소 조선사인 대선조선이 올해 수주 목표를 채웠다. 틈새시장을 공략하고 노사가 힘을 합쳐 구조조정 고통을 분담한 결과다.

대선조선은 올 들어 KSS해운 등으로부터 3500t급 스테인리스 화학운반선 6척, 흥아해운으로부터 6500t급 화학운반선 2척을 수주한 데 이어 지난달 연안 여객선 1척을 수주하며 올해 수주목표 9척을 조기 달성했다. 수주잔량도 21척으로 2018년까지 2년치 일감을 확보했다. 조선업계가 올해 극심한 ‘수주 가뭄’에 시달리는 것과 대조적이다.

25일 창립 71주년을 맞은 대선조선은 최근 매출도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다. 올해 예상 매출은 2930억원으로 3년 연속 증가할 전망이다. 지난 3분기 순이익 역시 39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흑자 전환했다.

대선조선은 구조조정으로 경영 정상화에 성공한 첫 조선사가 될 가능성이 크다. 채권단 관계자는 “지금 상황이라면 내년 하반기 채권단 지분 매각을 통해 자율협약을 졸업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선조선 채권단은 수출입은행 산업은행 우리은행 무역보험공사 등이다. 수출입은행이 지분 67.27%를 보유하고 있다.

대선조선의 경쟁력은 틈새시장 공략이다. 빅3 조선사들이 해양플랜트나 대형 선종, 중소조선사들이 중대형 탱커나 컨테이너선 시장에서 출혈경쟁을 해온 것과 달리 대선조선은 경쟁이 덜한 중소형 특수 선종 시장을 선점했다. 스테인리스 화학운반선과 참치어선망은 국내에서 대선조선이 유일하게 건조한다. 대선조선은 최근 정부로부터 1만5000GT(총 톤수)급 연안여객선 개발사업자로 선정됐다. 연안여객선을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게 안재용 대선조선 사장의 경영전략이다.

원활한 노사관계도 경쟁력이다. 대선조선 노사는 올해까지 3년 연속 무교섭으로 임금·단체협약 협상을 타결지었다. 노조는 회사가 채권단 관리에 들어간 뒤 자구계획의 일환으로 임금 10%를 반납했고 한 차례 파업도 하지 않았다.

국내 최초의 민간자본 조선소인 대선조선은 1945년 12월25일 부산 영도에서 대선철공소로 출발했다. 2000년대 초 부산 다대포에 조선소를 추가로 건립하는 등 전성기를 누렸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업황 악화로 2011년 채권단 관리(자율협약)에 들어갔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