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금리 인상으로 촉발된 원/달러 환율 상승세가 가팔라지면서 내우외환에 시달리고 있는 한국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기본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에 호재로 작용하지만, 보호무역주의 심화 등으로 수출 증대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원/엔 환율은 오히려 떨어지면서 수출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 1,200원선 넘보는 원/달러 환율…수출에 단비될까

최근 원/달러 환율은 달러당 1,200원 가까이 올라 수출업체들에 긍정적 환경이 조성되는 모습이다.

21일 서울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전날 종가보다 0.5원 오른 1,193.9원으로 장을 마쳤다.

이는 종가 기준으로 지난 3월 10일(1,203.5원) 이후 9개월여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미국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p) 올리면서 내년엔 세 차례 금리를 올릴 것이라고 시사하자, 글로벌 달러화 자금이 미국으로 회귀할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으며 달러화 가치가 치솟고 있다.

미국 금리 인상이 결정된 직후 달러화 지수는 장중 103.56까지 치솟으며 2002년 12월 이후 14년 만의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달러화 지수는 유로, 일본 엔화, 영국 파운드 등 6개 주요국 통화에 대비해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지표다.

이에 따라 원/달러 환율도 지난 14일부터 엿새 동안 30원 가까이 상승했다.

원화 가치가 그만큼 떨어졌다는 뜻이다.

미국 대선 직전인 지난달 8일 달러당 1,135.0원이었던 원/달러 환율은 이제 1,200원대를 넘보고 있다.

기본적으로 환율 상승은 수출에 호재로 작용한다.

환율이 달러당 1천100원일 때 수출하던 국내 기업은 1달러어치의 물건을 팔면 1천100원을 받지만 환율이 달러당 1천200원으로 올라가면 1달러를 팔아도 1천200원을 받게 돼 수익성이 개선되기 때문이다.

한국 수출은 지난 7월까지 19개월 연속 마이너스 증가세를 보이다 8월 20개월 만에 반등에 성공했다.

다시 9월과 10월 감소세를 보이다 11월에는 2.7% 늘어나면서 반등에 성공했는데 환율 상승이 이런 호조세를 이어가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원/달러 환율이 1% 상승하면 한국 제조업 내 상장기업들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0.05%포인트(p) 상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고용에도 정(+)의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추정됐다.

다만 최근의 달러 강세가 지속될지는 불투명하다.

하건형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올해 안에 원/달러 환율이 일시적으로 1,200원을 넘어설 수 있다"며 "다만 지금과 같은 달러 강세가 계속해서 유지되지는 않으리라고 전망한다"고 말했다.

소비 국가인 미국의 경기가 좋아지면 경상수지 적자가 확대되고, 도널드 트럼프 정부가 재정정책을 확대하면 결국 통화완화 정책이 뒤따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달러화가 계속해서 강세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내년 평균 원/달러 환율 수준은 올해보다는 높을 것으로 전망된다.

LG경제연구원은 내년 원/달러 평균 환율이 1,170원으로 올해(1,160원)보다 오를 것으로 보고 있다.

◇ 보호무역주의 확산이 걸림돌…원/엔 환율 하락도 악재

원/달러 환율 상승이 수출에 호재인 것은 분명하지만 수출 증대 효과는 예전만 못하다.

산업연구원 분석에 따르면 2014년 기준 환율이 제조업 전체 수출에 미치는 영향력은 1992년 대비 27% 감소했다.

환율이 오르더라도 수출에 미치는 긍정적 영향이 그만큼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환율과 수출 간 연관성이 약화된 것은 보호무역주의 강화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한국은행 분석에 따르면 올해 1∼9월 중 보호무역주의 조치에 따른 한국의 직·간접적 수출 차질 규모는 전체 통관 수출의 0.7%(24억 달러)에 달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주요20개국(G 20) 국가에서 취한 보호무역 조치는 1천건이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노골적인 보호무역주의를 시사한 미국의 도널드 트럼프 신 행정부가 들어서면 환율이 상승해도 수출이 늘어나기는 쉽지 않은 환경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원/달러보다는 엔/달러 환율의 추이도 우려를 키우고 있다.

달러 강세로 엔화 가치도 가파르게 떨어지면서 엔화 대비 원화 가치가 오르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원/엔 환율은 지난 15∼16일 100엔당 990원대로 떨어졌는데, 원/엔 환율이 900원대로 내려온 것은 지난 2월 1일 이후 10개월여 만이다.

원/엔 환율은 지금은 1,010원대에 거래되고 있지만 추가 하락이 이어지면 일본과 경합하는 수출업체가 부정적 영향을 받을 수 있다.

한국투자증권이 수출과 환율의 상관관계를 조사한 자료를 보면 한국의 수출은 원/달러보다 원/엔 환율 하락에 더 부정적 영향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무역협회에 따르면 원/엔 환율이 1% 하락하면 우리의 대세계 수출 물량은 0.49% 감소하는 것으로 추정됐다.

정부는 미국발 금리 인상에서 비롯된 최근의 외환시장 움직임이 한국 경제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환율의 수준보다는 변동성 확대가 더 문제인 만큼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하면서 신속히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정부 관계자는 "미국 금리 인상 이후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되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한편 금융시장 불안 등 이상 징후 발생 시에는 신속하고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세종·서울연합뉴스) 박대한 박초롱 기자 pdhis959@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