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잉공급 업종만으로 한정 땐 글로벌 경제 급변동 대처 못해
17개 기업 신청, 10곳 시행…원샷법 4개월 '성공적' 평가
일본선 미쓰비시도 '원샷법' 신청…사업 구조조정으로 경쟁력 높여
산업통상자원부와 대한상공회의소, 중소기업중앙회 등 경제단체가 20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연 ‘기업활력법(원샷법) 성과 및 개선방안’ 세미나에서 전문가들은 좌담회를 통해 이렇게 입을 모았다. 전문가들은 “원샷법은 지난 4개월간 시행을 통해 구조조정 지원 효과가 크다는 사실이 입증됐다”며 “업종을 불문하고 적용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안현실 한국경제신문 논설위원 사회로 열린 좌담회엔 도경환 산업부 산업기반실장, 가와구치 야스히로 도시샤대 교수, 권종호 건국대 교수, 박종현 김앤장 변호사, 이완근 신성솔라에너지 회장이 참석했다.
▷사회(안현실 위원)=원샷법이 지난 8월13일 시행된 이후 기업 구조조정에 큰 도움을 주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습니다.
▷도경환 실장=법 시행 직후 때마침 조선 철강 석유화학 분야에서 구조조정이 벌어졌습니다. 현재까지 17개 기업이 원샷법 지원을 신청해 동양물산 한화케미칼 유니드 등 10개 기업이 승인을 받았습니다. 20일 심의 결과에 따라 5개 기업이 추가로 승인받을 수 있습니다. 승인받은 기업들은 원샷법 지원을 받아 구조조정을 성공적으로 끝냈거나 진행하고 있습니다.
▷권종호 교수=시행된 지 4개월밖에 안 됐는데 17개 기업이 신청했다는 건 그만큼 기업들의 호응이 크다는 뜻입니다. 과잉공급 업종 외에도 다른 모든 업종 기업들로 문호를 넓힐 필요가 있습니다. 현재는 최근 3년 매출과 영업이익률 평균이 과거 10년 평균보다 15% 이상 감소하는 등 과잉공급 요건에 맞아야 합니다. 정상 기업들도 원샷법 적용을 받아 선제적으로 구조조정을 할 수 있어야 합니다.
▷사회=처음 원샷법을 도입할 때 대기업 특혜가 아니냐는 지적도 있었습니다.
▷도 실장=신청한 17개 기업 가운데 대기업은 4개밖에 없습니다. 나머지는 모두 중견·중소기업입니다. 원샷법을 적용받은 기업들은 사업재편을 통해 신규 투자와 고용을 확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원샷법은 대기업과 중견·중소기업 모두를 도와 경제 활성화에 기여하고 있습니다.
▷박종현 변호사=원샷법 제정 과정에서 정부 측에 자문을 제공하면서 억울함을 느낄 정도였습니다. 대기업 특혜를 위한 법이 전혀 아니었는데 오해가 많았습니다. 한국에 앞서 원샷법과 같은 법을 시행한 일본의 사례만 봐도 그런 주장이 틀렸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사회=일본에서도 도입 때 대기업 특혜 논란이 있었나요.
▷가와구치 교수=일본은 1999년 산업활력재생법(2014년 산업경쟁력강화법으로 확대 개정)을 도입할 때 여당과 야당 모두 법 취지에 동감했습니다. 현재까지 600여개 일본 기업이 산업활력재생법에 따라 구조조정을 했습니다. 미쓰비시그룹 같은 대기업집단이 법 적용을 받아 구조조정을 하는 과정에서도 특혜라고 지적하는 여론은 없었습니다.
▷이완근 회장=신성솔라에너지는 대기업이 아니지만 원샷법을 활용해 성공적으로 구조조정을 한 사례입니다. 아쉬운 점은 당초 원안과 국회를 통과했을 때 법의 내용이 달라졌다는 겁니다. 원안은 주주총회와 주식매수청구를 거치지 않고 합병을 할 수 있게 돼 있었지만 최종안은 모두 거치도록 의무화했습니다. 원안대로 해야 구조조정 기업들의 자금사정에 숨통이 트입니다.
▷권 교수=구조조정과 사업 혁신을 함께 충족해야 하는 요건도 완화해야 합니다. 현재는 경쟁력이 떨어진 사업부문을 다른 회사에 양도하면서 신사업에 진출하거나 신기술을 도입해야만 원샷법 지원을 받을 수 있습니다. 기존 사업분야를 처분하기만 하거나 신사업에 진출하는 경우에도 법 적용이 가능하도록 문턱을 낮춰야 합니다.
▷사회=금융 지원을 확대할 필요도 있나요.
▷박 변호사=현재 8조7000억원의 지원금이 확보돼 있긴 합니다. 이에 더해 기업이 실질적으로 체감할 수 있는 경제적 지원 방안이 필요합니다. 일본처럼 사업을 재편하려는 기업에 정부 차원의 채무보증 프로그램을 제공하거나 ‘사업재편 지원펀드’ 등을 통해 자금을 지원하는 방안을 검토해볼 만합니다.
정리=임도원 기자 van7691@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