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동산업 마산조선소 크레인, 고철값도 못받고 처분
마산조선소의 상징이었지만 인수자 없어 경매 수차례 유찰
조선설비 해외 매각 잇따라
말뫼의 눈물은 2002년 스웨덴 말뫼의 한 조선소에서 대형 크레인이 단돈 1달러에 현대중공업에 팔리면서 유래했다. 당시 스웨덴 국영방송은 크레인을 현대중공업 울산사업장으로 옮기는 모습을 장송곡과 함께 생중계하면서 “말뫼가 울었다”고 표현했다. 이때부터 말뫼의 눈물은 스웨덴 조선산업의 몰락을 상징하는 말로 통했다.
19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마산조선소에서 블록을 옮기는 데 쓰이는 700t급 골리앗 크레인이 올해 말까지 해체돼 루마니아 조선소로 보내질 예정이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국내 한 해체업체가 매입한 뒤, 이를 다시 루마니아의 한 조선소에 판 것”이라며 “매각대금으로 거의 고철값 수준밖에 받지 못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높이 105m로 자체 무게만 3200t에 달하는 이 크레인은 마산조선소의 상징물이었다. 성동조선해양 창업주인 정홍준 전 회장이 2008년 270억원을 들여 세웠다. 계열사였던 성동조선해양은 2010년 채권단 관리에 들어가면서 성동산업과 분리됐고 이후 성동산업은 사실상 마산조선소 가동을 중단했다. 이 크레인에 대한 법원 경매가 여러 차례 시도됐지만 가격이 30억원까지 떨어져도 인수할 후보가 나타나지 않았다. 해체와 운송, 재설치하는 데 40억원이 추가로 들기 때문이다. 조선소 내 300t급 크레인도 오랜 기간 팔리지 않아 해체작업을 하고 있으며 조선소 부지는 매각돼 조선산업과는 상관없는 중소업체 20여곳이 들어오기로 했다.
조선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관련 설비가 잇따라 매물로 나오고 있지만 국내 인수후보가 없어 해외 인수후보를 기다리고 있는 형편이다. STX중공업은 작년 말 대형 플로팅도크를 터키 수리조선소에 매각했다. SPP조선은 플로팅도크 2개를 지난 5월과 11월 각각 국내 중소기업에 매각했다.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도 플로팅도크 매각을 검토하고 있다.
안대규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