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가 세제 개편을 통해 아베노믹스(아베 총리의 경제정책)를 가속화한다.

☞이미지 크게보기
일본 자민·공명 등 연립여당이 정한 2017회계연도(2017년 4월~2018년 3월) 세제개편안의 핵심은 △소득세상 배우자 공제 대상이 되는 부인의 연봉 상향 조정 △기업의 투자 감세 대상 확대 △중소기업 임금 인상분에 대한 법인세 공제 확대 등이다. 아베 총리가 ‘1억 총활약사회(2050년 이후에도 인구 1억명을 유지하는 사회) 실현’을 내세우면서 추진하고 있는 ‘일하는 방식의 개혁’을 뒷받침하고 소비와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서다.

일본 정부는 연내에 세제개편안을 국무회의에서 의결하고 내년 1월 소집 예정인 정기국회에 개정안을 제출한다.

4년째 제자리걸음인 아베노믹스

아베 총리는 2013년 일본 경제를 디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하락)에서 벗어나도록 대규모 금융완화와 재정지출 확대,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전략이란 ‘세 가지 화살’을 쏘아 올렸다. 엔저(低)에 따른 기업 실적 급증으로 2013회계연도 일본 국내총생산(GDP)은 전년 대비 2.6% 급증했다. 닛케이22 5지수도 15년 만에 20,000선을 넘는 등 아베노믹스의 성공 기대가 높아졌다.

이후론 일본 경제가 신통치 않았다. 2014년도에는 소비세 인상 후폭풍으로 -0.4% 성장했고 2015년에도 1.3% 성장에 머물렀다. 2016회계연도 역시 0.8%(일본경제연구센터 조사) 성장에 그칠 전망이다. 최근 3년간 연평균 0.6% 정도의 성장률이다.

지난 11월 미국 대통령 선거 전까지 엔화가 강세를 보이면서 지난 상반기(4~9월) 상장사 순이익은 4년 만에 감소했다. 일본은행이 연간 80조엔가량의 돈을 풀고 있지만 엔화 약세는 정책 의도대로 이뤄지기 쉽지 않다는 것을 보여줬다. 내년 1월20일 도널드 트럼프 정부 출범을 계기로 미국 경기 회복과 금리 인상, 달러 강세가 예상되면서 엔화 가치가 다시 약세로 돌아선 게 그나마 다행스럽다.

노구치 유키오 와세다대 파이낸스종합연구소 고문은 “금융완화에 의존해 일본 경제를 바꿀 수 있다는 생각은 환상”이라며 “일본 경제는 산업구조를 개혁해야만 바꿀 수 있다”고 지적했다.

아베 총리도 세 번째 화살인 구조개혁을 통한 성장전략을 강조했지만 지난 4년간 성과는 미미하다는 지적이 많다. 그가 올해 성장전략의 핵심으로 추진하는 것이 ‘일하는 방식의 개혁’이었다. 노동생산성 향상과 재택근무 확대, 성과급제 도입, 여성의 사회 진출을 독려해 생산가능 인구 감소로 인한 일손 부족을 해소하겠다는 정책이다. 이를 이행하려면 세제 개편이 필요하다.

배우자공제 대상 부인 연봉 상향

이번 세제개편의 핵심 중 하나는 배우자공제 제도 개선이다. 가정에 있는 여성들을 직장으로 불러내자는 게 그 의도다. 남편이 소득공제를 받을 수 있는 부인의 연봉 상한을 103만엔에서 150만엔으로 올렸다.

부인의 연봉 상한을 올리면 300만명이 추가로 공제혜택을 받게 된다. 기존 공제를 받던 파트타임 주부들도 좀 더 일하고 연봉도 더 받을 수 있게 된다. 대신 남편 연봉이 1120만엔을 초과하는 가구는 공제받을 수 없도록 해 100만가구는 세금이 늘어난다.

미야자와 요이치 자민당 세제조사회장은 “일하고 싶은 사람이 (연봉 등) 취업 여건을 의식하지 않아도 되는 구조를 구축했다”고 말했다.

배우자공제 확대는 아베노믹스가 추진하는 소득세 개혁의 목표에 크게 못 미친다는 지적도 있다. 일본 재무성과 자민당 세제조사회는 지난 9월까지만 해도 전업주부뿐 아니라 맞벌이 가구에도 혜택을 주는 ‘부부공제’ 신설을 목표로 했다.

현행 배우자 공제는 기본적으로는 전업주부 가구를 대상으로 한 제도인 반면 부부공제는 일하는 여성에게 유리한 제도다. 부부공제에서는 부인이 정규직 남편 수준의 연봉을 받아도 공제대상이 된다. 일본 정부와 여당은 배우자공제를 폐지할 경우 가계수입이 줄어드는 전업주부 가계의 반발을 의식해 부인의 연봉 상한을 올리는 수준에서 마무리했다.

여성의 육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기업의 보육원 설립을 장려하는 세제도 도입했다. 기업의 보육원 토지와 건물에 부과하는 재산세와 도시계획세를 절반으로 줄여주기로 했다.

임금인상 중소기업 법인세 공제 확대

기업의 임금인상과 투자를 유도하는 내용도 이번 세제개편안에 들어갔다. 직원 급여를 2% 이상 올린 중소기업은 급여총액 증가분의 22%를 법인세에서 공제받을 수 있다. 중소기업의 임금 인상을 유도해 소비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지난해 대기업 중 약 80%가 전년도 실적 증가를 반영해 임금을 올렸지만 중소기업 중에서는 약 60%만 인상하는 데 그쳤다. 엔저에 따른 원자재 가격 상승과 일손 부족에 따른 인건비 부담 탓이었다.

대기업에는 연구개발(R&D) 감세가 당근으로 주어졌다. 현재 감세 대상은 자동차, 제약 등 제조업이 대부분이지만 이를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정보기술(IT) 서비스 개발까지 확대한다. 아베노믹스는 서비스업의 생산성 향상도 목표로 하고 있다.

감세 방법도 현재는 매출에서 차지하는 연구개발비 비율별로 8~10%를 깎아주지만 내년에는 연구개발비의 전년 대비 증감률에 따라 6~14%를 줄여준다. 전년에 비해 투자를 늘리면 늘릴수록 감세 혜택은 커진다.

기업 구조조정을 촉진한다는 목적에서 기업이 유망 부문을 떼어낼 경우에 세금 부담을 가볍게 해주기로 했다. 사업분할(스핀오프) 때 기업이나 주주에게 물리는 세금을 미뤄 주는 방식이다.

일본 세무당국은 조세포탈을 방지하는 새로운 과세규칙도 내놨다. 부유층의 해외 자산에 부과하는 상속세 개정이 골자다. 조세피난처의 이용 실태를 폭로한 ‘파나마 문서’가 공개된 뒤 기업과 부유층 과세에 대한 일반인의 불만이 높아져 도입했다.

도쿄=서정환 특파원 ceoseo@hankyung.com

☞이미지 크게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