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수록 희한하네!’

‘괴짜골퍼’ 브라이슨 디섐보(사진 왼쪽)가 세계 골프팬들의 이목을 또다시 집중시켰다. 이번엔 홀컵을 똑바로 보는 ‘마주보기 퍼팅(face-on putting)’을 들고 나왔다. 여성들이 한쪽으로 다리를 모은 뒤 옆으로 말 위에 올라타는 모습과 비슷하다고 해서 ‘사이드 새들(side saddle)퍼팅’으로 불리기도 하는 이색 방식이다. 골프다이제스트 등 골프전문 매체들은 일제히 “길이가 똑같은 10개의 쌍둥이 아이언으로 이미 충격을 준 그가 퍼팅 세계까지 뒤흔들고 있다”며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전설’ 스니드, 최경주도 한때 사용

디섐보는 9일(한국시간) 미국 플로리다주 티뷰론GC(파72·7288야드)에서 열린 프랭클린템플턴슛아웃 대회 1라운드에서 이 퍼팅 방식을 공개했다.

어드레스가 마치 볼링공을 던지기 직전의 모습처럼 보이는 독특한 자세다. 우선 홀컵을 마주보고 선 다음 공을 오른발 앞에 놓고, 퍼터를 오른발과 평행하게 시계추처럼 움직여 공을 홀컵 방향으로 보내는 형태다. 오른손으로 퍼터 그립의 아랫부분을 잡고, 왼손으로 오른손목과 그립을 함께 감싸쥔 손목 고정 방식도 눈길을 끄는 대목이다. 그는 이번 대회에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대표 장타자 렉시 톰슨(미국)과 남녀 혼성팀을 짜 출전했다. 디섐보는 “가장 큰 약점인 퍼트를 보완하기 위해 대학생 때 쓰던 퍼트 방식을 다시 사용해보고 있다”며 “홀컵을 직접 보기 때문에 거리, 방향감이 모두 좋다”고 말했다. 디섐보의 퍼팅 실력은 PGA 투어 하위권인 166위다.

그는 아마추어 때부터 다양한 변형퍼팅 방식을 연구하고 직접 시험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디섐보의 오랜 스윙 코치인 마이크 스치는 “가능한 한 여러 가지의 퍼팅을 해본 뒤 최적의 퍼팅을 찾는 게 목표”라고 말했다.

마주보기 퍼팅이 이번에 처음 나온 건 아니다. 미국프로골프(PGA) 투어 최다승(82승) 기록 보유자인 샘 스니드(미국)가 1968년 처음 선보인 게 이 마주보기 퍼팅이다. 지독한 퍼팅 입스(yips)에 시달리던 그는 공을 두 다리 사이에 놓고 정면으로 공을 굴리는 크로케 퍼팅으로 바꾼 뒤 다시 우승컵 수집에 성공했다. 하지만 동료 선수들이 부정행위라며 항의하자 규제를 피하기 위해 공을 발 옆으로 굴리는 지금의 사이드 새들 방식으로 바꾼 게 시초다. 탱크 최경주(46·SK텔레콤·오른쪽)도 2010년 브리티시오픈에서 이 방식을 시도한 적이 있다. 골프 규정에는 공과 홀컵을 연장하는 선을 밟거나 선 위에서 퍼팅을 할 수 없도록 하고 있다.

◆퍼터 길이도 쌍둥이 아이언에 맞춰

직접 제작한 퍼터도 독특하다. 37.5인치 길이의 7번 아이언 샤프트를 퍼터 샤프트로 썼다. 그가 쓰는 10개의 아이언 클럽 샤프트와 똑같은 길이다. 하루 7시간씩 퍼팅 연습을 한다는 그는 “이 실험이 성공한다면 많은 골퍼가 쉽게 퍼트할 방법을 찾는 것이니 두루 좋은 일 아니냐”며 웃었다.

최종 평가에는 좀더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는 이날 스크램블 방식으로 치른 1라운드에서 새로운 퍼트 방식으로 4번홀(파4)에서 10m가 넘는 거리의 긴 버디 퍼트를 성공시키며 갤러리들의 환호를 이끌어냈다. 하지만 동반자인 톰슨이 더 많은 버디퍼트를 성공시킨 만큼 아직은 적응기간이 필요해 보인다는 지적이 나온다. 디섐보는 이날 톰슨과 찰떡궁합을 과시하며 10언더파 62타를 기록해 남자 강호들로만 구성된 12개 팀 가운데 8위에 올랐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