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큐! 트럼프"…한국도 연말 랠리 '부푼 꿈'
코스피지수가 한 달 만에 2000선을 회복하며 큰 폭으로 뛰었다. 미국 뉴욕증시가 연일 사상 최고치를 경신하는 가운데 국내 연기금의 강한 매수세에 힘입어 2030선까지 뛰었다. 삼성전자 주가는 장중 180만원을 돌파하는 기염을 토했다. 미국의 재정투자 확대와 금융규제 완화가 가시화될 경우 글로벌 주식시장이 지금 같은 상승 탄력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뒤늦게 움직인 코스피

8일 코스피지수는 전날보다 39.18포인트(1.97%) 오른 2031.07에 장을 마쳤다. 기관과 연기금의 매수세에 힘입어 2040선까지 치고 올라갔다가 마감 직전 상승폭을 소폭 반납했다. 2030선을 넘어선 것은 종가 기준 지난 10월25일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이 238억원, 기관이 6589억원어치를 순매수하며 지수 상승을 이끌었다. 코스닥지수도 전날보다 1.05% 오른 584.62에 마감했다.

전날 미국 다우존스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가 사상 최고치까지 오른 데 따른 훈풍이 국내 증시에까지 불어왔다는 분석이다.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에 당선된 뒤 미국 등 선진국 증시는 상승행진을 거듭해왔지만 강(强)달러가 부정적 영향을 미친 한국 등 신흥국 증시는 상대적으로 부진했던 것이 사실이다. 하지만 최근 달러 강세 기조가 약해지며 신흥국 증시로 글로벌 자금이 들어오기 시작했다는 설명이다. 이종우 IBK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선진국과 신흥국 간 지수 격차가 충분히 벌어졌다는 판단에 따라 신흥국 증시가 움직이기 시작한 것 같다”고 말했다. 이날 원·달러 환율은 전날보다 9원40전 내린 1158원50전에 거래를 마쳤다.

트럼프 당선자의 인프라 투자 공약과 유럽중앙은행(ECB) 양적완화 연장 등 글로벌 재정, 통화정책에 따른 인플레이션 기대 심리도 코스피지수를 끌어올리고 있다는 설명이다. 트럼프 당선자의 1조달러 규모 인프라 투자 공약에 따라 공공부문 지출이 늘어나면 기대 인플레이션 상승과 기업 이익 증가도 기대할 수 있다.

이미 구리, 철광석 가격 등 주요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철강, 화학 업종 주가가 뛰어오르고 있다. 이날 포스코는 6.08%, 롯데케미칼은 3.86% 주가가 올랐다. 업종별로도 철강금속이 3.49% 상승해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김학균 미래에셋대우 투자분석부장은 “인프라 투자 확대에 대한 기대로 원자재 가격이 크게 오르면서 관련 업종이 지수 상승을 이끌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과 유럽 전반에서 금융권 규제완화에 대한 전망이 확산되면서 은행들의 위험자산 선호 흐름이 나오고 있는 것도 국내 증시엔 호재로 작용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탄핵안 발의는 불안 요인

이날 증시 상승은 삼성전자 SK하이닉스 포스코 등 시총 상위주들이 이끌었다. 삼성전자는 전날보다 1.02% 오른 179만원에 장을 마치며 사상 최고가 기록을 하루 만에 갈아치웠다. 장중 한때 180만1000원까지 올라 역시 전날 세운 장중 최고가 기록(177만4000원)을 경신했다. 기관투자가들이 1648억원어치를 쓸어담으며 주가를 끌어올렸다. SK하이닉스 역시 2.21% 올라 1년 최고가를 또 갈아치웠다.

다만 이 같은 코스피지수 상승 추세가 이어질 수 있을지는 명확하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당장 9일 국회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 발의가 예정된 만큼 정치적 불확실성이 크다. 정국 불안 장기화를 우려한 외국인들이 자금을 뺄 경우 다른 호재들이 힘을 못 쓸 가능성도 있다는 분석이다.

고은이 기자 kok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