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년 후 삶 담담한 고백…'시니어 문학'이 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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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소설보다 솔직한 목소리 담은 에세이가 대세
백영옥 '빨간머리…', 사노 요코 '사는 게…' 등 인기
백영옥 '빨간머리…', 사노 요코 '사는 게…' 등 인기

중년 이후의 삶에 대한 성찰을 담은 ‘시니어 문학’이 서점가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 사노 요코의 《사는 게 뭐라고》를 낸 출판사 마음산책은 22쇄까지 인쇄한 5만부가 다 팔려 최근 23쇄를 추가로 찍었다. 요코는 2010년 72세를 일기로 타계한 일본 동화작가다. ‘인생은 번거롭지만 살아보니 어떻게든 살아지더라’는 낙천적인 메시지를 책에 담았다. 일본 여성 수필가 사카이 준코가 쓴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도 인기다. 지난달 23일께 서점에 나온 이 책은 보름 만에 4000부가 팔려 3쇄를 찍었다. ‘40대지만 아줌마는 아니야’라고 생각하는 여성을 주 독자로 상정하고 나이 드는 것과 연관된 에피소드 및 상념을 풀어냈다.
다나베 세이코의 《하기 힘든 아내》와 《여자는 허벅지》는 ‘아줌마 페미니즘 책’으로 불린다. 지난달 출간된 《하기 힘든 아내》는 “남자들은 아내를 무한히 쓸 수 있다고 생각하지만 넘지 말아야 할 선이 있다”고 일침을 날린다. 지난 3월 나온 《여자는 허벅지》는 여자의 욕망을 솔직하고 유머러스하게 풀어냈다. 이들 책은 각각 1500권, 6000권이 팔렸다. 10월 출간돼 1만부가 팔린 소노 아야코의 《약간의 거리를 둔다》는 험난했던 작가의 지난날을 들려주며 삶을 관조하는 자세를 갖게 해준다. 요리와 관련해 켜켜이 쌓인 추억을 엮어낸 히라마쓰 요코의 《어른의 맛》, 중년 싱글 여성의 삶을 그린 우에노 지즈코의 《느낌을 팝니다》 등도 인기다.
시니어 문학의 주요 독자층은 40대 이상이다. 곧 40대에 접어드는 30대 중후반도 많다. 글에 연륜이 묻어나야 하기 때문에 저자는 대부분 중년 이상이다. 곽현정 교보문고 에세이 MD는 “지난해 출판계 키워드로 두드러진 ‘중년’의 흐름이 올해도 이어지고 있다”며 “중년 이후의 삶을 자기계발서 형태로 다룬 지난해에 비해 최근에는 에세이로 많이 나온다”고 설명했다.
시니어 문학의 내용상 특징은 지혜, 차분함, 유머 등으로 요약된다. 《사는 게 뭐라고》에서 저자는 “세상에서 가장 친하게 지내야 할 사람은 바로 나 자신”이라고 말한다. 다른 사람은 잘 배려하면서 자기 자신은 함부로 대하는 사람이 많다는 것. 《저도 중년은 처음입니다》에는 “난소들아, 지금까지 정말 고마웠어! 셔터를 내리려고 하는 내 난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저 ‘수고했다’는 말 한마디뿐이다”라는 대목이 나온다. 폐경기를 맞은 여성들을 따뜻하게 위로하는 내용이다.
국내 저자보다 일본 저자가 많은 것은 일본이 우리보다 먼저 고령사회가 됐기 때문이다. 섬세한 감성이 필요한 에세이의 특성상 여성 작가의 글이 대부분이다. 인터넷 서점 예스24 관계자는 “한국문학이 1990년대 큰 인기를 끌었을 당시 대학생이던 사람을 중심으로 두터운 독자층이 생겼다”며 “이들이 중년에 접어들며 문학의 관심도 그에 맞게 이동한 것”이라고 분석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