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원유 감산 합의] 정유·석유화학 '방긋'…항공·해운 '울상'
석유수출국기구(OPEC)의 감산 합의로 국제 유가가 오르면서 SK이노베이션 등 정유사와 석유화학사는 쾌재를 부르고 있다. 현대·기아자동차 등 자동차업체들도 “나쁠 게 없다”는 반응이다. 대한항공 등 항공사와 해운사는 연료비 부담 증가로 수익성이 악화될까봐 전전긍긍하고 있다. 업종별 희비가 뚜렷하다.

이번 합의를 가장 반기는 곳은 정유·유화업계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2014년 말 국제 유가가 배럴당 100달러 선에서 50달러 선으로 떨어졌을 때 정유사들이 무더기로 적자를 냈다”며 “이번에 OPEC이 감산에 실패해 유가가 급락했다면 정유사의 연말 실적이 엉망이 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OPEC의 감산 합의로 유가가 오르면서 정유사들은 오히려 실적 개선을 노릴 수 있게 됐다. 업계에선 유가가 배럴당 1달러 오르면 SK이노베이션,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의 영업이익이 연간 1300억원 가량 증가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싼값에 구입한 원유를 가공해 비싸게 팔 수 있기 때문이다.

석유화학업계도 유가가 오르면 제품 가격이 상승하기 때문에 수익성이 개선된다. 미국 대선에서 신재생 에너지에 부정적인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의 당선으로 타격을 받고 있는 OCI, 한화케미칼 등 태양광업체도 모처럼 웃었다. 유가 상승으로 대체 에너지인 태양광의 매력이 부각될 수 있어서다.

자동차업계에선 ‘유가가 오르면 판매량이 감소한다’는 게 통설이다. 하지만 이번에는 분위기가 다르다. 유가가 오르면 브라질, 러시아 등 산유국의 구매력이 커질 수 있어서다. 현대·기아차는 중동 시장 1위, 러시아 시장 2위, 브라질 시장에서 3~4위를 달리고 있다. 도요타 등 일본 경쟁사보다 산유국 판매 비중이 높다. 유가 상승이 국내 자동차업계에 불리할 게 없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조선업계는 해양 플랜트 발주가 늘어날 가능성에, 건설업계는 산유국 플랜트 건설이 늘어날 전망에 기대를 걸고 있다. 전재천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9월 하순부터 에너지업체들이 보유한 일부 유전의 손익분기점이 50달러 내외로 낮아지며 해양 플랜트 프로젝트의 신규 입찰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며 “OPEC 감산으로 유가 50달러 안착 가능성이 커지면서 이들 프로젝트의 성사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말했다.

항공·해운업계는 연료비 증가가 부담이다. 항공사 비용 가운데 연료비 비중은 약 30%다. 대한항공은 유가가 1달러 오르면 연간 350억원 가량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주용석 기자 hohobo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