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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책마을] 전쟁 한가운데 있던 아이들 "그들은 왜 엄마를 쏜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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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 목격자들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 지음 / 연진희 옮김 / 글항아리 / 420쪽 / 1만6000원
    [책마을] 전쟁 한가운데 있던 아이들 "그들은 왜 엄마를 쏜거죠?"
    “눈앞의 보트들에는 노인과 아이가 가득 실려 있었는데, 독일군이 경비선으로 보트를 강 한가운데로 끌고 가서 홱 뒤집어버리더군요. (중략) 어른들은 금방 강바닥으로 가라앉는데 아이들은 계속 떠올랐어요. 파시스트들은 낄낄거리면서 노로 아이들을 팼지요. 그놈들은 한곳에서 아이들을 두들겨 패다가 그 아이들이 다른 곳에서 떠오르면 그곳으로 쫓아가 또다시 때려요. 하지만 아이들은 공처럼 가라앉지 않았어요.”(발랴 유르케비치, 당시 7세)

    지난해 노벨문학상을 수상한 벨라루스 작가 스베틀라나 알렉시예비치의 1985년작 《마지막 목격자들》에 나오는 인터뷰의 한 대목이다. 국내 처음 번역돼 최근 출간된 이 책은 어린 나이에 제2차 세계대전을 경험한 벨라루스 출신 평범한 인물 101명의 목소리를 빌려 전쟁의 참상을 고발한다. 인터뷰를 산문 형식으로 풀어내는 작가 특유의 ‘목소리 소설’이다.

    작가는 전쟁고아 클럽과 보육원 출신 모임 등을 찾아다니며 전쟁 당시 끔찍한 일을 겪거나 목격한 사람들을 인터뷰했다. 인터뷰 당시 이들의 나이는 40대 초반부터 50대 후반이었다.

    작가는 끔찍한 경험이 이들의 삶을 어떻게 파괴했는지 생생하게 그려낸다. 전쟁 당시 여덟 살이던 유라 카르포비치는 ‘인간이 봐서는 안 될 것들’을 보고 자랐다. 벨라루스를 점령한 독일군은 철도에서 노역하던 사람들을 레일에 눕힌 채 그 위로 기관차가 달리도록 했다. 사람들을 사륜마차에 매달고 질질 끌며 ‘즐겁게’ 도시를 돌아다녔다. “난 침울하고 의심 많은 어른이 되었죠. 내 성격은 어두웠습니다. 누군가 울면, 난 그 사람이 불쌍하다고 생각하기는커녕 편안한 기분을 느꼈습니다. 난 울 줄 몰랐으니까요.”

    전쟁의 참상에 대한 호소만 담은 건 아니다. 작가는 어린이가 어른보다 더 명징하게 ‘악의 추악함’을 투시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 당시 일곱 살이던 볼로자 코르슈크는 독일군에게 사살당한 엄마의 시체를 봤다. 독일군이 엄마의 얼굴에다 총을 쏴 뺨에 검은 구멍이 여러 개 뚫려 있었다. 그는 이해할 수 없다는 듯이 할아버지에게 물었다. “왜 놈들이 얼굴에 총을 쏜 거예요? 우리 엄마가 얼마나 예뻤는데….” 참상을 겪은 어린이들은 묻고 또 묻는다. 이 질문들은 메아리처럼 울리며 악의 정체를 파고든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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