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249개 상장사 분석
한국개발연구원(KDI)은 28일 발표한 ‘법인세율 변화가 기업투자에 미치는 영향’ 보고서에서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1%포인트 낮아졌을 때 기업 투자율이 0.2%포인트 상승하는 효과가 있었다고 분석했다. KDI는 2002~2014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된 249개 비(非)금융회사의 개별 재무제표를 이용해 법인세 평균 실효세율이 기업 투자율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했다. 기업의 투자율은 총자산 대비 유형자산 투자율로 정의했다.
KDI 연구 결과는 법인세율을 낮췄는데도 기업 투자가 부진하므로 세율을 다시 올려도 된다는 야당의 주장과 거리가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법인세 최고세율을 현행 22%에서 각각 25%(과세표준 500억원 이상 법인 대상), 24%(과표 200억원 이상)로 인상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보고서를 쓴 남창우 KDI 연구위원은 “국내 상장기업은 법인세율을 인하했을 때 투자를 확대한 것으로 나타남에 따라 법인세율 인상 시 투자가 감소할 가능성이 있다”고 주장했다.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투자 확대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업 경영의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기업 경영진은 영업이익 및 현금성 자산의 0.09%를 사적으로 이용한 것으로 추정됐다. 미국 경영진의 사적 이용률(0.01%)보다 9배 높다.
남 연구위원은 “경영진이 개인적인 이익을 추구할 수 있는 상황에선 법인세율 인하 효과가 그렇지 않은 상황보다 28% 적게 나타났다”며 “법인세율 인하에 따른 가용자금의 일부를 사익을 위해 현금성 자산으로 축적함에 따라 투자 확대 폭이 줄어들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법인세율이 인상되면 기업 투자에 미치는 부정적인 영향이 더욱 커질 수 있음을 시사하는 것”이라며 “정부는 법인세율 인상에 신중하게 접근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황정수 기자 hj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