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디다스 운동화 15% 위탁 생산
올 매출 34%·영업익 66% 증가
2020년 월생산 900만개로 확대
지나친 아디다스 의존 '리스크'
화학제품 등 신성장동력 육성
화승인더스트리의 실적 향상은 한마디로 ‘아디다스 효과’다. 아디다스는 테일러메이드(골프클럽), 애시워스(골프화)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매각)하고 신발사업에 집중, 작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6.6%, 영업이익은 10% 증가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6%, 영업이익은 33.3% 늘었다. 신발사업 매출만 21% 증가했다.
화승인더스트리도 비슷하게 실적이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6%, 영업이익은 201.4% 증가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3분기 누적기준)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8%, 66.5% 늘었다. 아디다스의 주문이 증가해 월평균 신발 생산량(500만켤레)이 지난해보다 42.8% 증가했다.
◆‘2020년 1억켤레 돌파’ 위해 증설
화승인더스트리는 아디다스 위탁생산업체 중 유일하게 운동화 디자인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위탁생산업체 중 최초로 지난 17일 아디다스와 전략적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할 만큼 관계가 긴밀하다. 업계에선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에 핵심 생산설비를 둔 점, 수주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45일)이 경쟁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점 등이 아디다스를 사로잡은 경쟁력이라고 평가한다.
연이은 증설로 생산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이 지난달 가동에 들어갔고 베트남과 중국 공장도 증설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달 자회사 화승엔터프라이즈를 상장해 확보한 1175억원 중 상당액을 설비투자에 투입하고 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화승인더스트리의 베트남법인(화승비나) 상장을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이다. 이찬호 화승인더스트리 경영관리부문 이사는 “생산을 늘려 달라는 아디다스의 요청에 증설을 결정했다”며 “2020년까지 월평균 생산량이 900만켤레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사업 새 캐시카우 기대
아디다스 의존도가 크다는 우려도 있다. 화승인더스트리 매출의 81.1%가 신발 사업에서 나온다. 이 중 99%를 책임지는 아디다스의 실적이 악화되면 지금의 성장세도 둔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업황 부진과 실적 악화로 의류·잡화 등 패션업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가라앉은 것도 부담이다. 상승세를 타던 화승인더스트리 주가가 하반기 들어 다소 주춤한 배경이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신설된 화학사업부가 또 다른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화학사업부는 신발용 접착제와 자동차용 웨더스트립(문틈 사이 바람과 물이 새는 것을 막아주는 고무소재) 코팅제 등을 생산한다. 자동차용 웨더스트립 코팅제 부문은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고마진 사업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주문이 늘면서 중국 안후이성에 생산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구성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신사업 수익도 증가할 것”이라며 “성장성을 고려하면 주가가 더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