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승인더스트리는 아디다스의 제조업자개발생산(ODM)업체다. 전 세계에서 팔리는 아디다스 운동화의 15%(6000만켤레)를 만든다. 납품처였던 리복을 2006년 아디다스가 인수하면서 화승이 아디다스 운동화를 생산하게 됐다. 주식시장에서 뜨거운 관심을 받은 것은 지난해부터다. 아디다스가 신발사업을 중심으로 폭발적으로 성장하면서 화승의 일감과 매출도 크게 늘었다. 지난해 7월 초만 해도 2000원대이던 주가도 1년5개월 만에 1만원(24일 종가)으로 급등했다. 외국인들의 ‘투자 입질’도 시작됐다. 작년 7월1일 0.80%였던 외국인 지분율이 8.97%까지 상승했다.
화승인더스트리 '아디다스 효과'로 매출 뜀박질…화학 신사업 '신발끈' 다시 묶는다
◆‘아디다스 효과’로 실적 급상승

화승인더스트리의 실적 향상은 한마디로 ‘아디다스 효과’다. 아디다스는 테일러메이드(골프클럽), 애시워스(골프화) 등 비핵심 사업을 정리(매각)하고 신발사업에 집중, 작년부터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작년 매출은 전년 대비 16.6%, 영업이익은 10% 증가했다. 올해도 3분기 누적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14.6%, 영업이익은 33.3% 늘었다. 신발사업 매출만 21% 증가했다.

화승인더스트리도 비슷하게 실적이 늘었다. 지난해 매출은 전년 대비 27.6%, 영업이익은 201.4% 증가했다. 올해 매출과 영업이익(3분기 누적기준)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4.8%, 66.5% 늘었다. 아디다스의 주문이 증가해 월평균 신발 생산량(500만켤레)이 지난해보다 42.8% 증가했다.

◆‘2020년 1억켤레 돌파’ 위해 증설

화승인더스트리는 아디다스 위탁생산업체 중 유일하게 운동화 디자인 개발에 참여하고 있다. 위탁생산업체 중 최초로 지난 17일 아디다스와 전략적 기술 파트너십을 체결할 만큼 관계가 긴밀하다. 업계에선 인건비가 저렴한 베트남에 핵심 생산설비를 둔 점, 수주에서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45일)이 경쟁사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점 등이 아디다스를 사로잡은 경쟁력이라고 평가한다.

연이은 증설로 생산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인도네시아 공장이 지난달 가동에 들어갔고 베트남과 중국 공장도 증설 공사가 한창이다. 지난달 자회사 화승엔터프라이즈를 상장해 확보한 1175억원 중 상당액을 설비투자에 투입하고 있다. 화승엔터프라이즈는 화승인더스트리의 베트남법인(화승비나) 상장을 위해 세운 특수목적법인이다. 이찬호 화승인더스트리 경영관리부문 이사는 “생산을 늘려 달라는 아디다스의 요청에 증설을 결정했다”며 “2020년까지 월평균 생산량이 900만켤레로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화학사업 새 캐시카우 기대

아디다스 의존도가 크다는 우려도 있다. 화승인더스트리 매출의 81.1%가 신발 사업에서 나온다. 이 중 99%를 책임지는 아디다스의 실적이 악화되면 지금의 성장세도 둔화될 수 있다는 얘기다. 최근 업황 부진과 실적 악화로 의류·잡화 등 패션업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업체에 대한 투자심리가 가라앉은 것도 부담이다. 상승세를 타던 화승인더스트리 주가가 하반기 들어 다소 주춤한 배경이다.

투자자들은 지난해 신설된 화학사업부가 또 다른 캐시카우(현금창출원)가 될지 주목하고 있다. 화학사업부는 신발용 접착제와 자동차용 웨더스트립(문틈 사이 바람과 물이 새는 것을 막아주는 고무소재) 코팅제 등을 생산한다. 자동차용 웨더스트립 코팅제 부문은 영업이익률이 30%에 달하는 고마진 사업이다. 중국 자동차업체들의 주문이 늘면서 중국 안후이성에 생산공장을 새로 짓고 있다. 내년 상반기에 공장을 가동할 예정이다. 구성진 메리츠종금증권 연구원은 “내년에는 신사업 수익도 증가할 것”이라며 “성장성을 고려하면 주가가 더 오를 여력이 충분하다”고 말했다.

김진성 기자 jskim1028@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