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t's Bike - 엔진, 공랭식이거나 수랭식이거나

모터사이클에 탑재되는 엔진은 크게 공랭식과 수랭식으로 나눌 수 있다. 이 중 어떤 엔진이 더 좋은 것일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없다. 개인의 취향과 모터사이클 사용 목적에 따라 선택하는 것이다. 하지만 대세는 수랭식으로 기울고 있다.
BMW모터라드의 boxer 공냉엔진 사진=BMW코리아
BMW모터라드의 boxer 공냉엔진 사진=BMW코리아
먼저 공랭식 엔진과 수랭식 엔진에 대해 알아보자. 공랭식은 空(빌 공)과 冷(찰 냉)의 합성어다. 빈 공간으로 차게 한다는 뜻이다. 공랭식 엔진은 주위를 둘러싸고 있는 냉각핀을 통해 주행풍(走行風)만으로 엔진을 냉각시킨다. 엔진의 구조가 단순해 간편하게 정비할 수 있다. 엔진의 냉각핀만 깨끗하게 세척해주면 별다른 정비를 하지 않아도 된다. 주로 저배기량 스쿠터나 대배기량 클래식 모터사이클에 공랭식 엔진이 사용된다.
구조가 단순해 가볍고 제조 단가가 저렴하며 정비가 간편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단점도 있다. 냉각 능력이 떨어지고 이산화탄소 등 배출가스가 다량 배출된다는 것이다.
가와사키의 Z-1000 수냉엔진 사진=위키피디아
가와사키의 Z-1000 수냉엔진 사진=위키피디아
수냉(水冷)은 水(물 수)와 冷(찰 냉)의 합성어다. 물로 차게 한다는 뜻이다. 수랭식 엔진은 실린더나 실린더 헤드 주위에 물 재킷을 설치한다. 이를 통해 물을 순환시켜 엔진을 냉각시킨다. 공랭식 엔진에 비해 라디에이터가 추가되기 때문에 제조단가가 올라가고 주기적으로 냉각수를 관리해줘야 한다. 최근 대부분의 모터사이클에 수랭식 엔진이 올라간다.
수랭식은 안정된 냉각 능력을 발휘하고 배출가스 양이 적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구조가 복잡해 무겁고 제조 단가가 비싸며 정비가 까다롭다는 단점이 있다.
할리데이비슨 103 공냉엔진 사진=할리데이비슨코리아
할리데이비슨 103 공냉엔진 사진=할리데이비슨코리아
공랭식과 수랭식 중 딱 꼬집어 어떤 엔진이 좋다고 말하기는 어렵다. 모터사이클의 종류와 특징에 따라 공랭식 엔진이 좋은 엔진일 수도 있고, 반대로 수랭식 엔진이 적합할 수도 있다.
일반적으로 공랭식 엔진은 저배기량 스쿠터나 클래식 모터사이클에서 사용된다. 수랭식 엔진은 고배기량 스쿠터나 고성능 모터사이클에서 사용하고 있다. 저배기량 스쿠터는 저렴하고 정비가 편해야 하기에 공랭식 엔진과 궁합이 맞다. 고성능 모터사이클은 안정된 냉각 성능이 필요하기에 수랭식 엔진이 어울린다.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XG 750. 수랭식 엔진으로 바뀐 할리데이비슨. 사진=할리데이비슨코리아
할리데이비슨 스트리트 XG 750. 수랭식 엔진으로 바뀐 할리데이비슨. 사진=할리데이비슨코리아
이 공식이 항상 성립하는 건 아니다. 할리데이비슨은 고배기량 모터사이클이기에 수랭식 엔진을 사용하는 게 맞을 듯 하지만 공랭식 엔진을 장착한다. 할리데이비슨은 공랭식 엔진 특유의 투박한 음색이 브랜드의 정체성을 대변하기에 공랭식 엔진을 고집했다. 하지만 날로 강화되는 환경규제 때문에 배출가스 양이 많은 공랭식 엔진은 시장에서 퇴출 수순을 밟고 있다. 할리데이비슨도 신형 모델들은 공랭식 엔진과 흡사한 배기음을 내는 수랭식 엔진으로 바뀌고 있다.
가와사키의 수랭식 바이크 Z-1000 사진=위키피디아
가와사키의 수랭식 바이크 Z-1000 사진=위키피디아
적지 않은 상황에서 규제는 시장을 변화시킨다. 많은 규제가 제조사에게 기술 진보를 강요한다. 자연흡기에서 터보엔진으로 변화도 날로 강해지는 배기가스 규제 때문이다. 모터사이클 시장에서 수랭식 엔진의 영역확대는 이미 자동차 업계가 겪은 일이기도 하다.

규제 강화와 이에 따른 산업의 변화는 어쩔 수 없는 일. 우리가 해야 할 일은 공랭식 엔진이 사라지기 전에 이 엔진을 탑재한 모터사이클을 타보는 것이다. 다음 시간에는 모터사이클의 종류에 대해서 알아보겠다.

임진호 객원 칼럼리스트(자동차 전문 블로그 ‘찌노닷컴’ 운영자) iskr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