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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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공한 덕후의 시대]
① '트렌드 세터'가 된 덕후들
② 운동화 사이즈를 네이버에 묻는 이유
③ 화장, 뷰티 유튜버에게 배웠어요
④ 패키지보단 자유여행…여행시장 주무르는 덕후들
⑤ 유명해진 덕후의 선택, '파워블로거'와 '블로거지'

[ 안혜원 기자 ] 대학생 김예나씨(23)는 지난 9월 추석 연휴 때 친구들에게 추천받은 모바일 커뮤니티를 활용해 파리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유씨는 유럽 여행에 대한 정보가 많은 네이버 카페 '유랑'의 도움을 받아 여행 일정을 짰다. 앞서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후기를 참고했다. 여행 경비도 절약했다. 유랑에서 진행하는 공동구매를 통해 10% 저렴한 가격에 유레일패스를 구매했다.

자유여행이 여행 시장의 새로운 기조로 자리잡고 있다. 인터넷·모바일 등 다양한 매체를 통해 여행 정보를 얻는 것이 간편해졌기 때문이다. 특히 온라인이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을 통해 형성된 커뮤니티들은 수많은 여행 정보를 생산하고 공유하면서 자유여행 트렌드를 확산하고 있다.

◆ 여행자 60%는 자유여행객

세종대 관광산업연구소·컨슈머인사이트가 올해 6~8월 사이 여름 휴가를 해외로 다녀 온 여행자 486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60%는 개별 자유여행을 다녀왔다. 패키지 여행을 선택한 응답자는 전체의 30% 수준이었다. 특히 20~30대 젊은층에서는 자유여행을 선택한 비중이 70%를 넘어섰다.

특히 젊은층을 중심으로 온라인, SNS 상에서 수많은 여행 사례가 공유되면서 자유여행 수요를 자극하고 있다, 20대 중반 양주희씨(가명)는 "가고 싶은 여행지를 선택한 후 다른 사람들의 여행 후기를 검색해보기도 하지만 후기를 먼저 읽고 여행지를 정하기도 한다"며 "먼저 여행을 다녀온 사람들의 게시글을 보면 나도 자유여행을 가는 것이 어렵지 않겠다는 생각이 들어 욕구가 생긴다"고 말했다.

◆ 여행 트렌드 주도하는 커뮤니티

몇몇 커뮤니티는 이미 여행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여행 정보를 제공하는 카페 '유랑', '즐거운 대만여행', '태사랑'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커뮤니티는 각각 유럽, 대만, 태국 여행 정보를 공유하고 있다. 특히 유랑은 회원 수가 162만8000여명, 즐거운 대만 여행은 32만4000여명에 달할 정도로 인기가 높다. 해당 국가를 방문하는 여행객들은 꼭 한번은 들리는 공간이라는 얘기가 나올 정도다.

이들 커뮤니티는 교통수단정보, 숙소, 음식점은 물론 물건 흥정하는 법, 호텔 할인 받는 법 등 현실적인 정보가 공유되는 공간이다. 여행자들이 직접 경험하고 전하는 생생한 정보를 얻을 수 있다는 점에서 각광받고 있다. 공유되는 정보에 대한 신뢰도가 높아 커뮤니티에서 거론되는 관광지, 식당, 숙박 업소 등은 지역 명소가 되기도 한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들 커뮤니티를 자주 이용하는 유예진 씨(31)는 "카페에서 추천하는 정보는 기존에 여행사나 서적 등에서 얻던 획일적이고 상업적인 정보와는 다르다"며 "다양한 사람들이 직접 시행착오를 겪으며 얻은 정보라 더욱 공감이 간다"고 말했다. 이어 "인터넷 공간 특성상 실시간으로 의견 교환이 가능해 최신 정보를 얻기 용이하다는 점도 카페를 이용하는 이유"라고 설명했다.

◆ "수많은 덕후들이 여행 시장 좌지우지"

업계에서는 최근 여행자들의 성향은 개인이 경험하고 싶은 목표와 가치를 뚜렷하게 드러내는 것이 특징이라고 말한다. 여행자들이 정보를 수용하는 것에 익숙한 소비자에서 능동적으로 정보를 기획하고 드러내는 '덕후'로 변모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여행업계 관계자는 "과거 여행사들이 소비자에게 여행 상품을 제시하고 따르는 것이 주된 여행 방식이라면 이제는 반대로 개인들이 다양한 정보를 내 기호에 맞게 취합하고 재가공해 새로운 여행 콘텐츠를 기획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개인들이 여행 정보를 온라인, 모바일 플랫폼을 통해 확산하고 재생산하면서 여행 시장을 좌지우지 하기도 한다"며 "수많은 덕후들이 여행 소비 트렌드를 주도하는 셈"이라고 덧붙였다.

['트렌드 세터'가 된 덕후들] [운동화 사이즈를 네이버에 묻는 이유] [화장, 뷰티 유튜버에게 배웠어요] [유명해진 덕후의 선택, '파워블로거'와 '블로거지']

안혜원 한경닷컴 기자 anhw@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