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이후 히잡 착용 등 우려…이슬람 권익단체 "안전 신경쓰라" 당부

도널드 트럼프의 미국 대선 승리가 미국 무슬림 사회를 공포로 몰아넣고 있다고 미 ABC 뉴스 등이 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대선 레이스 기간 트럼프는 무슬림의 미국 입국 금지를 제안하고 무슬림 비하 발언을 하는 등 반(反)무슬림 태도를 보여 논란이 일었다.

이슬람 권익 단체인 미국이슬람관계위원회(CAIR)는 대선 직후 미국 내 무슬림들에게 주변을 조심하고 특히 모스크(이슬람 사원)에서 안전에 각별히 신경쓰라고 당부했다.

또 CAIR는 대통령 당선인이 된 트럼프에게는 모두의 권리와 자유를 보장해 미국 사회의 화합을 이뤄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브라임 후퍼 CAIR 대변인은 "위기나 격변이 발생하는 시기에는 종종 미국 무슬림 신자와 기관이 공격당한다"며 "이번에 이런 일이 발생한다는 얘기는 아니지만 가능성은 염두에 두고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는 이 나라의 일원이며 아무 데도 가지 않는다"며 "우리는 겁을 먹거나 소외당하지 않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가 대통령에 당선되자 일부 미국 무슬림 여성은 히잡을 착용해도 되는지 소셜미디어를 통해 우려를 나타내기도 했다.

트럼프 당선 전에도 미국 내 무슬림이 일상에서 겪는 위협은 증가 추세였다.

미 연방수사국(FBI) 통계에 따르면 지난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에서 무슬림 증오 범죄는 전보다 5배가량 늘었다.

지난달 CAIR가 미국 무슬림 유권자들을 조사한 결과 응답자의 85%가 지난해 미국에서 이슬라모포비아(이슬람 공포·혐오)와 반 무슬림 정서가 증가했다고 답했다.

CAIR에 따르면 대선 이후 미국에서 무슬림을 겨냥한 폭력 사건이 발생했다는 보고는 아직 들어오지 않았다.

아랍계 미국인이 많이 사는 미시간 주 웨인 카운티 주민 크리스 블로벨트는 "사람들이 이번 대선으로 무슬림들이 얼마나 상처받고 무서웠는지 이해하고, 우리에게 따뜻하게 손을 내밀어 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아람 기자 ri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