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네이버 '세대 교체', 카카오 '거물 영입'…인터넷 공룡들이 움직인다
국내 양대 포털인 네이버와 카카오가 나란히 조직 개편과 함께 미래 성장동력을 확충하기 위한 작업에 속도를 내고 있다. 네이버는 지난 8년간 안정적으로 경영을 이끌어온 김상헌 대표가 내년 3월 퇴진하고 한성숙 서비스총괄 부사장이 그 뒤를 잇는 등 세대교체에 나선다. 카카오는 임지훈 대표의 주도로 잇따라 거물급 인사들을 영입하면서 새로운 수익원 발굴에 총력을 기울인다는 방침이다.

◆세대교체 나선 네이버

김상헌 대표는 지난달 말 열린 투자자 콘퍼런스 콜에서 내년 3월 자신의 사임은 “세대교체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차기 대표로 내정된 한성숙 부사장을 비롯해) 서비스를 직접 만들고 운영하며 사용자들과 교감해온 차세대 리더들이 빠르게 변화하는 경쟁 상황에 제대로 대응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해진 네이버 이사회 의장도 의장직을 내려놓는다. ‘제2의 라인’ 등 글로벌 시장에서 신사업을 발굴하는 데 집중하기 위해서다. 네이버 등기이사직은 그대로 유지한다.

이 의장은 지난달 30일 프랑스계 벤처캐피털(VC)인 코렐리아캐피털과 함께 총 1억유로(약 1234억원) 규모의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투자 펀드인 ‘K펀드1’을 조성한다고 발표했다.

이 의장은 당시 “내가 잘할 수 있고 회사와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것은 해외시장에 나가 앞으로 후배들이 역량을 펼칠 수 있는 또 다른 디딤돌이 되는 것”이라며 “유럽이나 북미 등 우리가 도전해야 하는 ‘꿈의 시장’을 개척하는 데 집중하겠다”고 했다.

네이버는 점차 치열해지는 글로벌 기술 경쟁에 빠르게 대응하기 위해 연구개발(R&D) 조직인 네이버랩스도 내년 초 분사할 예정이다. 네이버랩스를 이끌고 있는 송창현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신설 법인의 대표이사 및 네이버 CTO를 겸직한다. 모회사인 네이버가 100% 지분을 보유한다.

네이버 관계자는 “이제 네이버는 연 매출 4조원에 이르는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인터넷 기업이 됐다”며 “이번 조직 개편은 해외 진출과 서비스 혁신으로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해 보다 젊고 역동적인 리더십으로 조직을 정비하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카카오 “새 수익원 발굴”

카카오는 올해 초부터 잇따라 거물급 인사를 영입하며 인적 쇄신에 나섰다. 지난달 21일 네이버의 초록색 검색창을 만든 조수용 JOH 대표를 브랜드 디자인총괄 부사장으로 영입했다. 그는 카카오의 브랜드 가치를 글로벌 수준으로 높이라는 임무를 부여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를 위해 카카오 서비스 전반에 대한 사용자경험(UX)과 디자인 마케팅 전략 등에 상당한 변화가 예상된다.

이번 조 부사장의 합류에는 임지훈 대표의 강력한 의지가 뒷받침된 것으로 전해졌다. 임 대표는 앞서 구글 인사팀 출신인 황성현 인사총괄 부사장과 네이버 출신인 여민수 광고사업 부사장, 이진수 웹툰·웹소설 콘텐츠 부사장 등을 공격적으로 영입했다.

이는 국내 최대 메신저로 자리 잡았으나 여전히 수익 모델이 없다는 약점을 보완하기 위한 조치로 분석된다. 플랫폼 파워를 가늠할 수 있는 광고 등 부문에서 매출이 지속적으로 감소하고 있는 만큼 외부 인사 수혈로 이를 반전시키기 위한 전략을 모색하겠다는 것이다.

카카오 관계자는 "플랫폼 본연의 기능은 물론 내부 인프라를 강화하고 있는 만큼 내년에는 좋은 결실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호기 기자 h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