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47번째 생일날을 맞아 반성문을 썼다. 삼성전자는 올 들어 △LCD(액정표시장치) 수율 급감 사태 △갤럭시노트7 조기 단종 △세탁기 결함 등 연이은 악재를 맞았다. 이런 위기 속에서 자신을 되돌아보고 모든 것을 바꾸자는 내용의 반성문을 내놨다.

권오현 부회장(사진)은 1일 경기 수원 삼성디지털시티에서 열린 창립 47주년 기념행사에 참석, 기념사를 통해 “최근 발생한 위기는 그동안 우리가 너무 안일하게 생각하고 일해왔기 때문에 나온 것은 아닌지 스스로를 되돌아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권 부회장은 “세계 경제 저성장 및 불확실성 심화 현상은 개선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삼성전자는 지금까지 경험해보지 못한 다양하고 복잡한 리스크에 노출돼 있다”고 진단하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일하는 방식 △혁신에 대한 인식 △고객을 바라보는 관점 등을 철저하게 바꿔야 한다고 주문했다. 권 부회장은 “모든 부문에서 내부 시스템을 점검하고 철저한 위기관리 체계를 갖춰야 한다”며 “사업과 조직, 개인의 관습적인 시스템과 업무방식을 점검해 바꿀 게 있으면 바꿔야 한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권위주의적이고 수직적인 문화와 눈치보기 문화, 불필요한 잔업 및 특근 문화 등을 고치자고 제안했다.

권 부회장은 또 “사업 근간이라 할 수 있는 기술 리더십과 경쟁력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며 기술 고도화와 차별화된 제품 및 서비스 창출 등을 당부했다. 이어 “변화하는 고객에 대해 세심하고 깊이 있는 연구를 통해 진정으로 고객이 원하는 바를 이해해야 한다”며 “그동안 간과했거나 보지 못한 고객층과 고객의 요구를 발굴해 새로운 기회를 창출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삼성전자가 창립기념일에 스스로를 되돌아보자는 내용의 메시지를 임직원에게 보낸 것은 이례적이다. 권 부회장은 2013년엔 “고객이 선망하는 브랜드를 만들자”고 강조했고, 2014년에는 “퍼스트무버(시장선도자)가 되자”는 메시지를 내놨다. 지난해엔 창립기념사를 공개하지 않았다. 삼성전자가 세계 수준의 정보기술(IT) 기업이 된 데는 임직원의 노력과 열정 덕분이라는 내용의 치하는 매년 이어졌지만 올해는 생략했다.

업계 관계자는 “창립기념일에 모든 것을 바꾸자는 주문을 할 정도로 삼성전자는 위기의식을 느끼고 있다”고 설명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