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수장 신기술'
현병선 풍성EIM 대표(사진)는 2010년 정수장 슬러지 기술 개발에 뛰어들었다. 저녁 자리에서 우연히 만난 지방자치단체 상수도사업본부 직원의 푸념을 듣고 난 직후였다.
정수장 슬러지 분야는 사용 장비의 소재만 바뀌었을 뿐 기술은 수십년째 정체돼 있었다. 현 대표는 “개선이 시급한 부분이 너무 많아 사업성이 충분하다고 판단했다”고 말했다. 풍성EIM은 1979년 설립 이후 화학분야 기계설비 한우물만 파온 회사였다.
정수장 슬러지는 물속에 있는 불순물이나 유해한 화학물질을 제거하기 위해 침전반응을 일으켜 아래쪽으로 가라앉힌 찌꺼기를 말한다. 찌꺼기가 계속 쌓이면 위쪽 물도 더러워지는데 이를 막기 위해서는 꾸준히 슬러지를 제거해야 한다. 지금까지의 기술은 불규칙하게 쌓이는 슬러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하지 못했다. 빗자루로 먼지를 모으듯 슬러지를 쓸어 담는 장비(스크래퍼)가 슬러지가 뭉쳐 있는 곳을 지날 때면 작동을 멈추거나 레일을 이탈하기 일쑤였다.
현 대표는 스크래퍼가 슬러지를 가라앉히는 침전지 전체를 훑는 기존 방식에 문제가 있다고 봤다. 새로운 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2011년 중소기업청의 ‘창업성장 기술개발 사업’에 지원했다. 이 사업 집행기관인 중소기업기술정보진흥원으로부터 개발비의 75%(약 1억5000만원)를 지원받았다.
풍성EIM은 스크래퍼의 부하를 크게 줄일 수 있는 ‘모노레일형 다단계 슬러지수집기’를 제작했다. 스크래퍼를 이동시키는 레일보다 견고한 모노레일을 설치해 다량의 슬러지가 모여든 구간을 청소할 때도 하중을 이겨낼 수 있도록 설계했다. 슬러지를 모으는 침전지를 여러 구간으로 나누고 이전에는 스크래퍼 한 개가 하던 일을 여러 개가 나눠서 하도록 했다.
풍성EIM이 만든 슬러지 처리 장비는 국내 정수장 네 곳에 활용되고 있다. 처리 장비가 인기를 얻으면서 매출도 증가하고 있다. 2013년 7억원이던 매출은 지난해 17억원으로 늘었다.
이우상 기자 id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