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편성 프로도 시청률 '고전'
'우리동네 예체능' 등 폐지 잇따라
토요일엔 '드라마' 일요일은 '예능'
요일별 특화 편성에 포맷 변경 '안간힘'
MBC ‘선방’, KBS·SBS ‘고전’
최근 지상파 방송국 예능 프로그램 성적은 전반적으로 신통치 않다. 대부분 시청률 10%를 넘기지 못하고 있다. 주중 프로그램 1위인 MBC ‘황금어장 라디오스타’의 시청률이 9.8%에 불과하다. 주말도 상황은 비슷하다. 토요일인 지난 22일 시청률 10%를 넘긴 지상파 예능은 12.4%(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한 MBC의 ‘무한도전’뿐이었다.
케이블채널과 모바일 방송의 예능 프로그램이 강세를 보이면서 이런 상황은 더 심각해졌다. 금요일 예능프로그램은 케이블채널 tvN의 ‘삼시세끼-어촌편3’이 시청률 1위다. 매체 다양화로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지상파의 시청률 파이가 작아졌다는 분석도 있지만, 이보다 큰 문제는 빈곤한 콘텐츠라는 지적이 나온다.
지상파 3사 중 MBC는 그나마 선전하고 있다. 23일 방영한 ‘복면가왕’은 시청률 13.9%를 기록하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다. ‘무한도전’ ‘진짜 사나이’ 등 여러 해에 걸쳐 방송하며 두터운 팬층을 확보한 프로그램은 여전히 ‘주말 예능 강자’ 자리를 유지하고 있다. 평일 방송하는 ‘나 혼자 산다’와 ‘마이 리틀 텔레비전’은 시청률이 4~5%대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 등에서 화제성이 높다.
기존 예능 ‘무더기 종영’
발등에 불이 떨어진 KBS와 SBS는 최근 대대적인 예능 프로그램 개편을 단행했다. 일단 시청률이 시원찮은 프로그램은 무더기 종영한다. KBS는 지난 5월 새로 선보인 ‘어서옵Show’를 5개월 만에 폐지했다. 약 3년6개월간 방영된 ‘우리동네 예체능’도 마찬가지다. SBS는 다음달 20일 ‘판타스틱 듀오’를 종영할 계획이다.
모두 시청률 3~6%대를 전전한 프로그램이다. KBS의 ‘음식탐정’은 지난 5일 단 1회 방송 후 폐지됐다. 당초 매주 수요일 방영할 계획이었지만 시청률 1.9%라는 초라한 성적에 편성에서 빠지게 됐다.
빈자리는 파일럿 프로그램이 채운다. 대표적 프로그램이 KBS가 12~26일 3회에 걸쳐 방송한 ‘구석구석 숨은 돈 찾기’다. 연예인의 집에서 안 쓰는 물건을 찾아 이야기를 듣고, 값을 매겨보는 이 프로그램이 정규 편성을 받을지는 미지수다. 파일럿 방송 3회간 시청률은 3%대에 간신히 턱걸이했다. 김진홍 KBS 예능국장은 “전작인 ‘우리동네 예체능’ 시청률이 정체돼 어려운 상황이었다”며 “과감한 프로그램 폐지와 파일럿 방송은 변화를 추구하는 KBS 예능국의 몸부림”이라고 말했다.
‘요일별 특화’ 편성에 새 장르 확장
SBS는 27일 새 편성표를 발표했다. 토요일엔 드라마를 주로 내보내고 일요일엔 예능을 특화하는 것이 핵심이다. 주말드라마 ‘우리 갑순이’는 토요드라마가 됐다. 다음달 5일부터 매주 토요일 2회 연속 전파를 탄다. 기존 월요일 심야 예능 ‘꽃놀이패’는 일요일로 자리를 옮겼다. KBS는 최근 교양·특별기획 프로그램을 주로 내보낸 시간대에 예능프로그램을 대거 편성했다. 토요일 심야에 여행 예능 ‘배틀트립’을 신설한 것이 대표적이다.
새로운 장르의 프로그램을 신설하고 기존 프로그램도 포맷을 바꾸는 등 변화를 줄 예정이다. KBS가 25일 첫 정규방송을 내보낸 ‘트릭 앤 트루-사라진 스푼’은 마술과 과학이 소재다. 지난달 추석 파일럿으로 처음 선보인 이 프로그램에서 연예인 패널들은 무대에서 벌어진 신기한 현상이 마술인지 과학인지 추리해나간다. 프로그램을 맡은 이세희 PD는 최근 열린 제작발표회에서 “예능의 새로운 가능성을 보여줄 것”이라고 말했다.
SBS에서 다음달 20일부터 방영될 ‘K팝스타 시즌6’은 마지막 시즌을 앞두고 포맷을 바꿨다. 일반인뿐 아니라 기획사 연습생도 참가할 수 있도록 했다. 배우들의 즉흥 연기와 대본 연기를 맞대결시키는 ‘씬 스틸러’는 다음달 28일 매주 월요일 심야방송으로 신규 편성된다.
‘시청률 눈치보기 급급’ 지적도
예전에 볼 수 없던 새로운 시도도 이어지고 있다. SBS는 22일 모바일용으로 제작한 콘텐츠를 지상파로 끌고 왔다. 자체 모바일 채널 모비딕에서 방영한 ‘양세형의 숏터뷰’다. 개그맨 양세형 씨가 사회 유명인사를 만나 짧게 인터뷰하는 형식이 특징이다.
웹·모바일 플랫폼에선 이미 4개월 전부터 방송한 내용이지만 TV에 맞게 재편집해 내보내 호평받았다.
이런 방송국들의 ‘변신’ 노력이 시청률 만능주의로 이어져선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상파 방송국의 한 PD는 “프로그램 제작 시 시청률 반응이 좋지 않으면 수시 개편으로 편성표에서 즉각 빠질지 모른다는 걱정부터 하게 된다”고 털어놨다.
그는 “새로운 아이템을 찾아 시행착오를 거쳐 차분히 발전시키기가 어려운 분위기”라며 “시청률 눈치 보기에만 급급하다 보면 자극적인 복제 방송만 범람할 것”이라고 우려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