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25일 광주광역시 월계동의 한 아파트에서 불이 났다. 주민 이재덕 씨(34)는 다른 주민 40여명과 함께 다급히 아파트를 빠져나왔다. 하지만 한 가구의 발코니에서 울부짖는 장모군(8)을 발견하고 다시 불길로 뛰어들었다. 이씨는 가까스로 장군을 구조했고, 장군은 목 부위에 가벼운 화상을 입었지만 생명을 건졌다.

나흘 뒤 LG복지재단은 이씨에게 ‘LG의인상’을 주고 격려금 5000만원을 전달했다. LG의인상은 ‘국가와 사회정의를 위해 자신을 희생한 의인에게 기업이 사회적 책임으로 보답하자’는 구본무 LG 회장의 뜻에 따라 지난해 제정됐다.

LG전자 직원이 아프리카에서 콜레라 예방 접종을 돕고 있다.

작년 9월 교통사고를 당한 시민을 구하려다 차량에 치여 희생된 고 정연승 특전사 상사, 지난해 10월 장애 청소년을 구하다 순직한 고 이기태 경감, 지난해 12월 서해대교 화재로 순직한 고 이병곤 소방령, 올해 3월 아파트 화재 현장에서 어린 생명을 구한 이재덕 씨 등 네 명의 의인 및 유가족에게 상과 위로금이 전달됐다.

또 지난해 8월 비무장지대(DMZ) 지뢰폭발로 부상한 병사 2인에게 5억원씩의 위로금을 전달한 것을 비롯해 올해 2월 지하철 선로에 추락한 시각장애인을 구한 최형수 해병대 병장을 졸업 후 채용키로 하는 등 사회적 의인에 대한 실질적 지원을 이어가고 있다.

LG그룹의 의인에 대한 존경과 배려의 역사는 연암(蓮庵) 구인회 창업주 때로 거슬러 올라간다. 구 창업회장은 독립운동 탄압이 극에 달한 1942년 충칭 임시정부 독립운동자금 마련을 위해 찾아온 백산 안희제 선생에게 당시 거금인 1만원을 내놨다.

LG는 이 정신을 이어받아 LG하우시스를 중심으로 지난해 충칭 임시정부 청사, 서재필 기념관 등 독립운동 관련 유적지 개보수사업을 했다. 또 올해부터는 어려운 독립유공자들을 찾아가 집을 개조해주는 ‘독립유공자 주거환경 개선’ 지원사업도 새로 시작했다.

LG는 저소득, 다문화 가정의 청소년을 위해 30여개 활동을 하고 있다. 올해로 22년째 저소득 가정의 키 작은 아이들을 대상으로 LG생명과학이 개발한 성장호르몬제 ‘유트로핀’을 최대 2년간 지원하는 ‘저신장 아동 성장호르몬 지원’ 사업을 펼치고 있다. 2010년부터는 ‘LG 사랑의 다문화 학교’를 통해 언어 과학 등에 재능이 있는 다문화가정 청소년을 뽑아 한국외국어대 및 KAIST 교수진에게 2년 동안 무료로 교육받을 수 있도록 돕고 있다.

주력사인 LG전자는 세계에서 사회공헌 활동을 하고 있다. 사고로 팔과 다리를 잃은 아프리카 사람들에게 의수족을 기부하고, 의료 환경이 열악한 동남아 지역 국가를 방문해 무료검진 활동을 펼치고 있다.

LG 계열사가 발표한 지속경영가능보고서에 따르면 △LG전자 401억원 △LG화학 202억원 △LG디스플레이 163억원 △LG생활건강 117억원 △LG유플러스 58억원 △LG하우시스 15억원 △LG상사 13억원 등 지난해 7개 LG 계열사의 사회공헌 지출액은 969억원에 이르렀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