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중공업그룹이 17일 사장단 인사를 단행했다. 최길선 회장이 대표이사에서 물러나고 권오갑 사장이 그룹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업계에서는 그동안 그룹 재무구조 개선을 진두지휘한 권오갑 부회장이 경영 전반에서 핵심 역할을 맡게 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새로운 현대중공업 사장에는 ‘야드통’으로 불리는 현장 전문가 강환구 현대미포조선 사장이 내정됐다. 선박해양영업본부 사장엔 ‘영업통’인 가삼현 부사장이 승진해 내정됐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최길선, 권오갑 두 대표이사 체제에서 수행해온 자구계획을 마무리한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세대교체를 통한 새로운 경영진으로 조선업 위기를 극복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권오갑 체제’에 무게 쏠린 현대重

이번 인사의 키워드는 ‘세대교체’다. 1946년생으로 현대중공업 창립(1973년) 멤버이기도 한 최길선 회장은 현대중공업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나고 회장직은 유지하기로 했다. 최 회장은 사내 구조조정 논란이 일고 있는 군산조선소 설립을 주도하긴 했지만 그룹 조선 3사(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의 대표이사를 거치며 조직 안정화에 기여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1951년생인 권오갑 부회장은 현대중공업이 3조원가량의 적자를 기록하며 위기에 빠진 2014년 9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뒤 구조조정을 진두지휘했다. 지난해엔 현대자동차, 포스코 등의 지분을 매각해 1조원 넘는 자금을 마련했고 조직 개편과 인력 구조조정을 했다. 권 부회장은 취임 이후 24개월째 자진해서 월급을 받지 않고 있다. 현대중공업 대주주인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핵심 측근으로 꼽히는 권 부회장의 이번 승진으로 향후 그룹 내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란 전망이다.

권 부회장이 현대중공업 사업의 큰 그림을 그리며 사업재편, 미래전략, 대외업무 등의 중심축 역할을 한다면 강환구 사장은 현대중공업의 영업과 생산을 책임진다. 현대중공업 관계자는 “강 사장은 생산 현장에서 오래 근무한 ‘야드통’으로 생산 과정을 꿰뚫고 잘 이해하는 현장 전문가”라며 “이번 인사가 현장과 영업 전문가 위주로 단행됐음을 증명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영업통·현장통으로 ‘세대교체’

조선 영업을 총괄하는 선박해양영업본부 사장에 내정된 가삼현 사장은 정몽준 이사장이 대한축구협회장으로 일할 때 협회에 몸담으며 중책을 맡기도 했다. 2009년 현대중공업 선박영업부 상무로 복귀해 영업을 진두지휘했다.

현대미포조선 대표이사 사장에는 현대중공업 조선사업 생산본부장인 한영석 부사장이 내정됐다. 1957년생인 한 신임 사장은 설계와 생산을 거친 현장 전문가로 최근 공정 안정화에 많은 기여를 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인사에서는 현대중공업사업 대표 및 일부 자회사 대표에 대한 인사도 함께 이뤄졌다. 세대교체를 통한 조직 활성화를 꾀하기 위해 전무급 인사를 발탁한 것이 특징이다.

현대중공업 엔진기계사업 대표에 장기돈 전무(1959년생), 건설장비사업 대표에 공기영 전무(1962년생), 서울사무소장 및 최고재무책임자(CFO)에 조영철 전무(1961년생)가 각각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중앙기술연구원장은 주원호 상무가 전무로 승진해 맡게 됐다. 자회사인 현대E&T 대표에 이균재 전무, 앞으로 분사될 그린사업 대표에는 김성락 전무, 로봇사업 대표엔 윤중근 전무, 서비스사업 대표에는 안광헌 전무가 각각 내정됐다.

안대규/정지은 기자 powerzanic@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