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물이 쏟아져서 하마터면 티샷도 못할 뻔했어요.”

박세리는 은퇴식이 끝난 뒤 열린 마지막 기자회견에서도 북받친 감정을 쉽게 추스르지 못했다. 그는 “저는 떠나지만 많은 세리키즈들이 한국 골프를 이끌어 줄 것이라 믿는다”고 했다. 다음은 박세리와의 일문일답.

▷마지막인데, 실감이 났나.

“연습하고 티샷할 때까지도 실감이 나지 않았다. 그런데 팬들이 ‘세리 사랑해!’라고 쓴 수건을 목에 두른 모습을 본 순간 울컥하며 눈물이 쏟아졌다. 페어웨이에서도 자꾸 눈물이 나 경기에 집중할 수 없었다. 팬들도 나도 오늘은 뭔가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다.”

▷캐디와도 포옹하며 눈물을 흘렸다.

“오래전부터 알고 지내던 캐디이자 내 열성 팬이다. 연습하러 스카이72 골프장에 오면 항상 챙겨준다. 추우면 따뜻한 음식을 주고, 누군가가 나를 비방하면 맞서 싸우는 분이다. 미국에 사는 팬도 이번에 내 경기를 보러 한국에 왔다. 너무 고마운 사람들이다.”

▷아버지(박준철 씨)도 오셨다.

“아버지는 내 인생, 골프 선수 커리어에 있어서 가장 중요한 분이다. 아버지이자 친구, 애인, 오빠였다. 내 심장 같은 분이다. 말하지 않아도 지금의 내 마음을 잘 알고 있다고 생각한다. 가족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을 것이다. 골프를 계속하고 성공하겠다는 마음을 먹은 것도 가족 때문이다. 너무나 감사하다.”

▷1998년 맨발샷을 돌이켜 본다면.

“나는 사람들이 잘 모르는 나라에서 온 신인이었다. 잃을 게 없다고 생각했다. US여자오픈 출전만으로도 이미 꿈이 반쯤은 이뤄졌기 때문이다. 지금 다시 친다고 해도 그 샷을 했을 것이다. 실패해도 경험을 쌓을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다. 그 샷이 지금의 나를 있게 한 것 같다.”

▷팬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나 때문에 밤잠도 못 자고 경기를 지켜봐 준 모든 분께 감사한다. 앞으로 더 열심히, 더 바쁘게 사는 박세리가 되겠다. 앞으로도 많은 사랑 부탁드린다.”

영종도=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