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흥국의 소버린 채권(달러 표시 국채)에 대한 투자를 늘릴 계획입니다. 해외 기관투자가 및 운용사와의 네트워크를 넓히는 게 급선무입니다.”

이달 초 총 2조1000억원에 이르는 경찰공제회의 최고투자책임자(CIO)를 맡은 이도윤 금융투자이사(사진)는 12일 한국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이같이 말했다. 삼성자산운용 채권운용본부장을 지낸 이 이사는 경찰공제회의 첫 외부 출신 CIO로 영입됐다.

이 CIO는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미국 등 선진국 채권에 돈을 넣기 좋은 시기는 아니다”고 했다. 그러나 이자율이 연 4~5%대로 상대적으로 높은 신흥국 국채는 투자해 볼 만하다는 게 그의 진단이다.

소버린 채권 투자가 유망한 국가로는 인도 브라질 멕시코 아세안(동남아국가연합) 등을 꼽았다. 엄밀하게 가치 평가를 하고 투자한다면 과거 ‘한국 리스크’가 불거졌을 때 해외 브로커들이 싼값에 던진(내놓은) 국내 기업의 달러 표시 채권을 국내 증권사들이 사들여 높은 수익을 낸 것처럼 ‘추가 수익’도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 CIO는 “신흥국은 우선 소버린 채권 중심으로 접근해야겠지만 국책은행 등 신용등급이 높은 기업 채권에도 돈을 넣을 수 있다”고 했다.

그는 “5~6%대의 연간 수익률을 추구하는 공제회들에 해외 투자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 했다. 분야별로는 구조화채권, 시니어론펀드(선순위 사모부채펀드)가 유망하다고 했다. 이 CIO는 “글로벌 항공 수요가 안정적으로 증가하고 있어 항공기 투자도 눈여겨볼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좋은 해외 투자 기회는 단단한 네트워크를 갖추고 있어야 잡을 수 있다는 게 그의 판단이다.

이 CIO는 “해외 운용사와 직접 연결하고 투자 건을 검토할 수 있는 실력을 키워야 한다”며 “실무자급 인력부터 글로벌 연기금 본사와 싱가포르 홍콩 등 글로벌 금융도시를 둘러볼 계획”이라고 했다.

최근 경찰공제회가 위탁 운용사를 선정한 벤처캐피털(VC), 사모펀드(PEF), 해외 사모부채펀드(PDF) 분야에선 추가 출자를 검토하겠다는 뜻도 밝혔다. 이 CIO는 국내 대표 연기금의 ‘CIO 사관학교’라고도 불리는 옛 한국투자신탁(현 한국투자증권) 출신으로 한국투자증권과 삼성자산운용에서 채권운용본부장을 지냈다.

김대훈 기자 daep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