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약 임상제도 딴지거는 국회…말기 암 환자들의 '한숨'
지난 7일 열린 국회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정감사의 최대 화두는 ‘한미약품 사태’였다. 일부 국회의원은 사태의 원인으로 ‘신약 조건부 허가’ 제도를 지목했다. 임상 3상을 마치지 않은 폐암 치료제 올리타(성분명 올무티닙)에 성급하게 판매 허가를 내줘 부작용이 발생했고, 그 피해를 환자들이 떠안았다는 것이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의원(비례대표)은 “조건부 허가로 의약품을 시판할 수 있도록 한 정부의 규제완화는 제약사의 비용 부담을 줄여주는 데 초점을 맞춘 위험한 정책”이라고 비난했다.

신약 허가는 독성 등 치료 물질의 안전성을 시험하는 임상 1상, 효능·효과를 보는 2상, 대규모 환자를 대상으로 종합적인 평가를 내리는 3상을 거쳐야 한다. 조건부 허가는 항암제나 희귀의약품 등 치료할 의약품이 없는 신약에 한해 임상 2상 결과만 보고 제한적 판매 허가를 주는 제도다. 국내에선 1997년 도입됐다. 미국 유럽 등에서도 시행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조건부 허가제는 환자를 위한 제도라는 견해를 보였다. 조병철 세브란스병원 종양내과 교수는 “내성이 생긴 말기 암 환자들이 받을 수 있는 치료법은 제한적”이라며 “임상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져야한다”고 말했다. 제약사 봐주기가 아니라는 지적이다.

국회에서 조건부 허가제를 재검토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자 인터넷 카페 등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세다. 폐암환자 관련 카페 등에는 “하나밖에 없는 치료수단의 도움을 하루빨리 받고 싶어하는 환자들의 권리와 희망을 저버린 처사”라는 게시글이 올라오고 있다. 임상시험의 특수성을 고려하지 않은 무책임한 발언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의사 출신인 박인숙 새누리당 의원은 “말기 환자들은 뭐라도 해보고 싶은 생각에 (부작용 가능성을 감수하고) 임상시험에 참여하는 것”이라며 “올리타 임상에서도 부작용이 회복된 사례가 있는 것에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의료계에서는 임상 제도에 대한 이해 없이 비판만 쏟아낸 이번 국감의 후유증을 걱정하고 있다. 식약처가 국회의 눈치를 보느라 조건부 허가제를 소극적으로 운영할 수 있기 때문이다. 환자들만 애꿎은 피해를 입을 수 있다. 남들보다 먼저 혁신 신약을 개발하려는 업계의 도전의식을 꺾을 수 있다는 점도 걱정되는 대목이다.

김근희 바이오헬스부 기자 tkfcka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