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부진하던 SK하이닉스의 영업실적이 하반기 들어 급반등하고 있다. 3, 4분기 모두 시장 콘센서스를 훌쩍 뛰어넘는 ‘어닝 서프라이즈(깜짝 실적)’를 기록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D램값이 오르면서 시장 상황이 좋아진 것이 주요 원인이다. 최태원 SK 회장(사진)까지 나서 회사 분위기를 다잡은 것도 한몫했다는 평가다. D램 시장의 공급이 제한적인 데다 3차원(3D) 낸드플래시가 메모리 시장 규모를 키우면서 내년과 2018년까지 실적 상승이 이어질 것이라는 게 시장의 전망이다.

◆최태원 회장, 분위기 잡기

SK하이닉스는 지난 2년간 전성기를 구가했다. 메모리 시장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세 개 회사의 과점 구도로 굳어진 데다 모바일 시장이 빠르게 커졌기 때문이다. 2014년 4분기에는 역대 최고인 1조6671억원의 영업이익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엔 줄곧 내리막길이었다. 스마트폰 시장이 정체했고, 중국 경기도 둔화하면서 주력 제품인 D램값이 계속 떨어진 탓이다. 첨단인 20㎚(나노미터·1㎚=10억분의 1m)대 D램과 3D 낸드 개발이 시장 기대보다 늦어진 영향도 작지 않았다. 지난해 4분기에 분기 영업이익 1조원이 2년 만에 무너진 뒤 올 2분기엔 영업이익이 4500억원 선까지 떨어졌다. 최고치 대비 4분의 1 수준이다.

분위기가 심상치 않자 최 회장이 나섰다. 그는 지난 6월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공장을 찾아 주요 임원 50여명과 1 대 1 심층 면담을 하며 분위기를 다잡았다. 3D 낸드 중심으로 시장이 급변하는 상황에서 더 이상 뒤처져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SK하이닉스는 지난 2분기까지 낸드 사업에서 적자를 면치 못했다.

◆내년부터 3D 낸드에서 ‘승부’

지난 3분기부터 분위기가 반전됐다. 드디어 출시된 21㎚ D램은 시장의 호평을 받았다. 지난 9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장에 풀린 이 제품은 애플 아이폰7 등에 적용됐다. ‘숙원’이던 낸드플래시 흑자도 달성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 따르면 3분기 SK하이닉스의 영업이익은 7000억원을 넘긴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 컨센서스는 6655억원이다.

4분기 전망은 더 좋다. D램값이 예상 밖으로 반등하면서 실적이 크게 개선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대부분 증권사가 8000억~9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다보고 있지만 SK하이닉스 내부에서는 1조원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위기인 것으로 알려졌다.

진짜 중요한 승부는 내년부터다. 시장의 승부처는 3D 낸드로 급격히 기울고 있다. PC나 서버에 쓰이는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용 3D 낸드 수요가 폭증하고 있어서다. 경쟁사인 삼성전자는 4세대로 불리는 64단 3D 낸드를 양산하기 시작했다. 원래 있던 중국 시안은 물론 경기 화성 및 평택 등에도 공격적으로 3D 낸드 라인을 증설하고 있다. 경쟁사가 기술과 물량에서 앞서면 2위인 SK하이닉스는 힘든 상황에 처한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해 10일 33주년 창립기념식도 조용히 넘어가기로 했다.

SK하이닉스는 내년 출시될 72단 3D 낸드에 기대를 걸고 있다. 36단 낸드 두 개를 겹쳐 만드는 SK하이닉스만의 독특한 기술로 개발할 예정이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내년 72단 낸드 양산이 안정되면 2018년부터는 3D 낸드에서 본격적으로 돈을 벌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시장에서는 올해 3조원 정도에 그칠 SK하이닉스 영업이익이 내년 4조원, 2018년에는 4조원대 중반까지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남윤선 기자 inkling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