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창수 회장 "더는 안 맡겠다"
차기 후보였던 김승연 한화 회장
8·15 사면 배제로 인물난 커져
1997년 외환위기 이후부터 분위기는 사뭇 달라졌다. 1999년 김우중 대우 회장이 그룹 해체와 함께 물러난 뒤 2000년대 들어 전경련 회장을 맡겠다는 사람이 점점 사라졌다. 4대 그룹의 한 임원은 “2000년대 들어 전경련의 힘이 빠지기 시작하면서 대기업 회장들도 전경련 회장 자리를 꺼리기 시작했다”고 전했다.
2003년 10월 손길승 SK 회장이 물러나면서 후임으로 강신호 동아제약 회장이 연장자 우선 원칙에 따라 전경련 회장에 올랐다. 이후 강 회장은 연임을 고사하고 2005년 초 물러나겠다는 뜻을 수차례 밝혔다. 전경련 회장단은 당시 승지원까지 찾아가 이건희 삼성 회장에게 차기 회장을 맡아줄 것을 부탁했지만, 이 회장은 고사를 거듭했다. 어쩔 수 없이 강 회장은 연임했다.
조석래 효성그룹 회장이 2007년 3월 전경련 회장에 오르는 과정은 더 어수선했다. 회장단이 조 회장을 차기 회장으로 앉히기 위해 설득하는 과정에서 이준용 대림산업 회장이 느닷없이 ‘70세 불가론’을 외쳐 사상 초유의 내분 사태까지 겪었다. 조 회장은 마뜩지 않았지만 회장단의 설득을 받아들여 회장직을 수락했다.
2010년 7월 조 회장이 건강상의 이유로 돌연 사의를 나타내면서 전경련은 다시 ‘회장님 찾기’에 나섰다. 허창수 GS 회장은 2011년 2월 수차례 고사 끝에 전경련 회장을 맡았다. 이후 ‘바통’을 넘겨줄 사람을 찾지 못해 두 차례 연임했다.
전경련은 올해 말 또다시 회장 후보를 찾아야 한다. 허 회장이 내년 2월 임기를 끝으로 더 이상 회장직을 맡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탓이다. 재계에선 마땅한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를 찾긴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재계 고위 관계자는 “유력한 차기 전경련 회장 후보였던 김승연 한화 회장이 8·15 특별사면에서 배제되면서 마땅한 후보 찾기가 어려워졌다”고 말했다.
장창민 기자 cmj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