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조선업계가 액화천연가스(LNG) 운반선 수주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들어 선박 및 해양플랜트 발주가 급감한 가운데 최근 LNG운반선만 발주가 늘고 있어서다.

삼성중공업은 지난달 30일 유럽 선사로부터 LNG운반선 2척을 약 4억달러에 수주했다. 올해 첫 수주이자 지난해 10월 이후 약 1년 만의 수주였다. 현대중공업과 대우조선해양도 각각 5월과 6월에 LNG운반선을 2척씩 수주했다. 국내 ‘빅3’ 조선회사는 올 1~3분기 모두 36억달러 규모의 선박을 수주했는데, 수주 실적 가운데 3분의 1인 12억달러는 LNG운반선이다. 지난해 전체 수주액 중 LNG운반선 비중은 16%였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올 들어 ‘수주절벽’으로 LNG운반선 수주량도 감소했지만, 컨테이너선이나 유조선 등 다른 선종과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선방하고 있다”고 전했다.

연내 추가 수주 가능성도 높다. 삼성중공업은 인도 국영 가스공사인 게일이 벌이는 LNG운반선 건조 프로젝트에 단독 협상대상자로 참여하고 있다. 이 프로젝트가 성사되면 삼성중공업은 LNG운반선 4~6척을 추가로 수주할 수 있다. 러시아의 야말LNG가 최대 4척의 LNG운반선을 발주할 것이라는 얘기도 나온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미국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를 운송하기 위해서는 LNG운반선이 지금보다 더 많이 필요하다”며 “호주 북서부와 동아프리카 지역 해저 가스전도 개발 중이어서 LNG운반선 수요가 꾸준하게 증가하고 있다”고 말했다. 특히 호주의 LNG 생산량은 지난해 490억㎥에서 2025년 1210억㎥로 늘어날 전망이다. 미국 루이지애나주 레이크찰스에서 생산되는 셰일가스도 조만간 수출되는데, 이를 해외로 수송하기 위해서는 초대형 LNG운반선 19척이 필요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영국 조선·해운 분석업체 클락슨은 내년 대형 LNG운반선 발주량을 14척으로 전망했다. 2018년 이후에는 연평균 36척이 발주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1996년부터 지난해까지 연평균 발주량(25척)을 웃도는 수준이다.

한 조선회사 영업담당자는 “LNG운반선은 기술력이 필요해 중국 등 후발주자들이 아직 따라오지 못하는 분야라 앞으로 한국 조선업계의 수주 버팀목이 될 전망”이라고 말했다.

도병욱 기자 dod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