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이 하반기에만 신작 게임 24개를 대거 출시하며 분위기 반전을 노린다. ‘던전앤파이터 모바일’ 등 모바일게임이 23개나 된다. 넥슨이 이렇게 많은 게임을 단기간에 쏟아내는 것은 처음 있는 일이다. 창업자 김정주 NXC 회장 기소와 온라인게임 ‘서든어택2’ 실패 등 잇단 악재를 신작으로 정면 돌파한다는 전략이다.
◆“빠른 선택” vs “성급한 결정?”

올해 넥슨은 암울한 상반기를 보냈다. 김 회장이 진경준 전 검사장에게 뇌물을 준 혐의로 검찰 수사를 받으면서 회사 전체가 뒤숭숭했다. 설상가상으로 4년간 200억원 이상을 들여 개발한 대작 게임 ‘서든어택2’마저 실패했다.

서든어택2는 ‘국민 총싸움 게임’으로 불리는 서든어택의 후속작으로 출시 전부터 기대를 받았다. 그러나 지난 7월6일 출시되자마자 “재미없다”는 혹평이 쏟아졌다. 주인공 여성 캐릭터들의 과도한 노출까지 논란을 일으키며 이용자 불만이 폭주했다.

넥슨은 결국 지난달 29일 서비스를 종료했다. 오랜 기간 공들여 개발한 대작 게임을 3개월도 안 돼 접은 것은 이례적이다. 게임업계에서는 “게임에 대한 불만이 회사 전반으로 번져나가자 위기 대응 차원에서 급히 ‘서비스 종료’라는 카드를 꺼낸 것 아니냐”는 해석이 나오기도 했다.

◆신작 20여종으로 반등 노린다

넥슨은 지난해 11월 출시한 모바일 역할수행게임(RPG) ‘히트’ 이후 흥행작이 없다. 반전의 신호탄을 쏘아올리기 위해 올해 하반기에만 신작 모바일 게임 23종과 온라인 게임 1종을 준비했다.

올 8월 모바일 RPG ‘카오스크로니클’과 ‘아틀란티카히어로즈’를 출시했다. 지난달에는 삼국지 이야기를 바탕으로 개발한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 ‘삼국지를 품다2 PK’, 미소녀 캐릭터와 로봇 전투를 조합한 RPG ‘M.O.E.’ 등 신작 4개를 한꺼번에 선보였다. 하반기 들어 지금까지 게임 6개가 출시됐으며, 연내 18개가 추가로 나올 예정이다.

기존 인기 온라인 게임을 모바일로 재구성한 작품이 다수 있어 눈길을 끈다. 세계 1억7000만명의 회원을 보유한 넥슨의 대표 온라인 게임 ‘메이플스토리’를 모바일으로 재구성한 RPG ‘메이플스토리M’과 전략 게임 ‘메이플블리츠X’, ‘던전앤파이터’를 모바일로 재구성한 ‘던전앤파이터 모바일’이 게이머들의 큰 기대를 받고 있다.

일본 코에이의 인기 게임 ‘삼국지조조전’을 바탕으로 한 ‘삼국지조조전 온라인’도 이달 정식 출시를 앞두고 막바지 보완 작업을 하고 있다. 넥슨은 오는 10일 서울 서초동 넥슨아레나에서 이전에 공개하지 않은 모바일 게임 신작을 발표할 예정이다.

서든어택 개발사인 넥슨지티도 조용히 재기를 준비하고 있다. 이 회사는 서든어택2 서비스 종료 결정에도 개발인력을 한 명도 감축하지 않고 그대로 유지했다.

넥슨지티 관계자는 “당분간 서든어택2 출시 이후 줄어든 서든어택1 이용자를 다시 끌어오는 데 주력할 것”이라며 “온라인 게임 대작 ‘타이탄폴’과 모바일게임 한두 개를 개발하고 있다”고 말했다.

노정환 넥슨 모바일사업본부장은 “올 하반기 신작들은 메이플스토리, 삼국지 등 유명 지식재산권(IP)과 독특한 소재를 바탕으로 한 것이 특징”이라며 “다양한 연령대의 이용자를 끌어모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유하늘 기자 skyu@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