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년 만에 라이더컵 골프 대회를 제패한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3일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GC에서 순금 우승트로피를 들고 부인, 여자친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8년 만에 라이더컵 골프 대회를 제패한 미국 대표팀 선수들이 3일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GC에서 순금 우승트로피를 들고 부인, 여자친구와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AFP연합뉴스
유럽팀은 최종일 12개의 싱글매치 가운데 8개를 반드시 가져와야만 했다. 9.5-6.5점으로 벌어진 점수 차를 뒤집기 위해선 승점 8점이 필요했다. 단장 대런 클락은 숙고 끝에 최정예 4명을 필승조로 지명했다. 앞서 열린 이틀간의 포섬, 포볼 매치에서 3승을 올린 로리 매킬로이, 4승을 챙기며 혜성처럼 떠오른 토마스 피터스, 그리고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저스틴 로즈와 디오픈 챔피언 헨릭 스텐손이었다.

그러나 반전을 노렸던 필승 카드는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 믿었던 매킬로이와 로즈가 미국의 ‘영건’ 패트릭 리드와 리키 파울러에게 일격을 당했다. 유럽팀의 악몽은 그렇게 시작됐다.

◆미국 3연패 사슬 8년 만에 끊어

미국 골프대표팀이 3일 미국 미네소타주 채스카의 헤이즐틴 내셔널GC(파72·7628야드)에서 끝난 2016년 라이더컵에서 4연승을 노리던 유럽팀을 17-11로 꺾고 순금 우승 트로피를 안았다. 라이더컵은 2년마다 열리는 미국과 유럽의 골프대항전. 미국이 라이더컵에서 우승한 것은 2008년 이후 8년 만이다. 미국은 2010년, 2012년, 2014년 내리 세 번을 유럽팀에 지는 수모를 당했다. 이번 승리로 연패 사슬을 끊어냈다. 대회가 창설된 1927년 이후 역대 전적에서도 26승2무13패로 우위를 이어갔다.

첫날 오전 포섬 4게임에서 35년 만의 전승으로 기세를 올린 미국은 이후 열린 포섬, 포볼 12게임에서도 5승1무를 추가해 9.5-6.5로 앞서갔다. 여기에 마지막 날 열린 싱글매치플레이에서 7승1무4패로 7.5점을 추가해 유럽팀을 잠재웠다.

리드와 파울러가 유럽팀의 필승 카드 매킬로이와 로즈를 제압해준 게 컸다. 이뿐만 아니라 라이언 무어, 브룩스 켑카, 브랜트 스네데커, 더스틴 존슨, 잭 존슨 등 베테랑과 신예들이 고루 활약하며 5승을 추가, 유럽의 반전 카드를 무력화했다.

◆치밀한 준비와 혁신이 완승 이끌어

미국팀 우승은 2014년 패배가 약이 됐다. 베테랑 필 미켈슨이 총대를 멨다. 그는 “3연패는 전략 부재 탓이다. 팀이 조화롭게 짜이지 않아 팀워크도 삐걱거렸다”며 지도부를 공개적으로 비판했다. 2주 만에 태스크포스(TF)팀이 꾸려졌다. 데이비스 러브 3세를 필두로 타이거 우즈, 짐 퓨릭, 스티브 스트리커, 미켈슨 등이 팀에 합류했다. 의사소통이 원활하게 이뤄지지 않는다는 게 가장 큰 문제로 지적됐다.

TF팀은 물론 성적순으로 선발된 8명의 대표에게도 남은 4명의 선수 선발에 대한 의견을 묻는 등 ‘민주적’으로 의견을 조율했다. 단장의 독단을 배제한 것이다. 그 결과 추가로 지명된 4명은 모두 팀에 승점을 보태줬다. 막판에 승선한 파울러(2승1패), J B 홈스(1승2패), 맷 쿠처(2승2패), 무어(2승1패)가 그들이다. 시즌 마지막 대회인 투어챔피언십에서 준우승한 뒤 막차를 탄 무어는 첫 출전 라이더컵에서 베테랑 리 웨스트우드를 잡아 팀 승리에 기여했다.

러브 단장은 시상식에서 12명의 선수 이름을 하나하나씩 부르며 “그들이 자랑스럽다”며 감격해 했다.

유럽팀은 경험 부족이 뼈아팠다. 선수 12명 가운데 6명이 처음 출전한 선수였다. 이 중 앤디 설리번, 맷 피츠패트릭, 대니 윌릿은 전패로 팀에 0.5점조차 가져다주지 못했다.

◆유럽팀 “코스 홈팀에 일방적으로 유리”

유럽팀 일부 선수는 경기가 끝난 뒤 코스가 지나치게 쉬웠다는 불만을 털어놨다. 코스의 변별력이 부족했다는 점을 간접적으로 비판한 것이다. 1승3패로 겨우 전패를 모면한 올림픽 남자골프 금메달리스트인 로즈는 “그린이 부드럽고 홀컵이 그린 한가운데 꽂혀 있어 대회가 마치 프로암 같았다”고 말했다.

마지막 날 싱글매치 경기가 치러진 202개 홀에서 버디 122개가 쏟아졌다. 이글도 3개나 나왔다. 세르히오 가르시아와 미켈슨만 해도 이날 19개의 버디를 쓸어담았다. 3승2패로 분전한 매킬로이도 뼈 있는 말을 던졌다. 그는 “유럽 코스엔 흔한 깊은 러프가 전혀 없어 그냥 내지르는 스타일에 유리했다. 장타자가 많은 미국이 홈 경기 이점을 최대한 활용했다”고 지적했다.

이관우 기자 leebro2@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