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180여개 기업과 연구기관, 산업단지 등이 참여한 ‘중국가상현실(VR)산업연맹’을 발족시켰다.

VR산업연맹에는 중국 인터넷산업을 주도하고 있는 알리바바, 텐센트, 왕이 등이 포함됐다. 글로벌 정보기술(IT) 업계에서 ‘차세대 먹거리’로 급부상하고 있는 VR산업을 중국이 주도하겠다는 강력한 의지를 드러냈다는 분석이 나온다.

VR이란 IT를 이용해 가상공간에 실제와 비슷한 환경을 조성해 사용자에게 차별화된 경험을 제공하는 것으로 영화, 게임 등에 광범위하게 적용될 수 있다.
중국, 작심하고 VR산업 키운다
정부가 주도하는 전략산업

30일 경제관찰보에 따르면 지난 29일 정식 출범한 VR산업연맹은 공통기술, 응용기술, 정책연구, 기술표준, 콘텐츠 제작 등의 분야에서 총 8개 소위원회를 구성해 활동할 예정이다. VR연맹의 주 역할은 VR산업 분야 기술표준 제정, VR산업 육성계획 수립, 산업발전기금 설립, VR인재육성계획 수립 등에 대한 의견 수렴 및 연구를 통해 중국 정부에 정책 건의를 하는 것이다.

VR연맹은 외관상 이 분야 기업과 연구기관이 산·학 협력으로 시너지를 창출하는 형태지만 사실상 중국 정부가 주도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중국 정부는 올해 발표한 ‘13차5개년 국가과학혁신계획’과 ‘인터넷플러스 인공지능 3개년 행동방안’ ‘스마트 하드웨어 혁신발전계획’ 등에서 VR산업을 집중 육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중국의 산업정책을 담당하는 공업정보화부는 지난 4월 처음으로 ‘가상현실산업 백서’를 발간하는 등 VR산업 육성에 각별한 관심을 보여왔다. 당시 백서에서 중국과 세계 주요국의 VR산업을 비교 분석하면서 “VR시장의 급성장은 중국 IT산업 발전에 다시없는 기회”라며 “발 빠르게 행동하지 않으면 해외 기업을 뒤쫓는 형국이 VR산업에서도 재연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글로벌 VR산업 주도 야심

시장조사업체 디지털캐피털에 따르면 올해 약 51억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되는 글로벌 VR시장은 2020년 1500억달러로 급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구글 페이스북 삼성전자 LG전자 등 주요 글로벌 기업은 VR시장 주도권을 쥐기 위해 각축을 벌이고 있다.

중국은 PC, 가전제품, 스마트폰 등 IT분야에서 늘 후발주자였지만 VR산업만큼은 세계시장을 주도할 만한 여건을 갖추고 있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평가다. 시장조사업체 아이리서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현재 중국의 VR산업은 초기 단계지만 2020년에는 세계시장의 34.6%를 점유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중국 최대 전자상거래업체 알리바바는 지난 2월 미국의 VR 스타트업(신생 벤처기업) 매직리프를 52억위안을 들여 인수했고, 그룹 안에 VR연구실도 신설했다. 앞으로 알리바바의 전자상거래 사이트 타오바오와 티몰에 VR 기술을 접목하겠다는 것이 알리바바의 구상이다. 중국 최대 게임회사이자 소셜네트워크서비스 업체인 텐센트 역시 VR기술을 게임 및 동영상에 응용하기 위해 ‘텐센트 VR시스템’을 구축하고 있다. 이 밖에 러에코, 샤오미, 화웨이, 화처미디어, 쉰레이 등도 자체 브랜드로 VR제품 및 서비스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중국의 VR산업은 그러나 핵심 기술이 부족한 데다 명확한 기술 표준이 없어 산업 생태계에 혼란이 빚어지고 있다는 비판이 전문가 사이에서 제기돼왔다. 자오상증권은 “각종 인프라를 구축해 VR산업을 체계적으로 육성하겠다는 것이 중국 정부의 계획”이라고 분석했다.

베이징=김동윤 특파원 oasis93@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