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켓인사이트 9월28일 오후 3시20분
[마켓인사이트] 빛바랜 원샷법 1호 동양물산기업…부당 대출 수혜 논란
공급과잉 업종 기업들의 자발적 사업재편을 유도하기 위해 지난달부터 시행된 기업활력 제고 특별법(원샷법)이 초기부터 혼선을 빚고 있다. 원샷법 적용 1호 기업 중 하나인 동양물산기업이 부당한 절차로 산업은행으로부터 금융 지원을 받았다는 의혹이 제기돼 논란이 일고 있다.

28일 투자은행(IB) 업계와 산업통상자원부 산업은행 등에 따르면 농기계 제조업체인 동양물산기업은 동국제강그룹으로부터 경쟁사인 국제종합기계를 인수하는 과정에서 정부에 원샷법 지원을 신청했다. 경영·법률·회계·금융·노동 등 분야별 전문가로 구성된 산업부 산하 사업재편계획심의위원회는 두 회사 합병으로 농기계 업계의 공급과잉이 해소될 것으로 판단해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했다.

이후 동양물산기업은 산업은행로부터 인수자금 160억원을 빌렸다. 산업은행이 원샷법을 지원하기 위해 조성한 2조5000억원 규모의 사업재편 전용기금을 통해서다.

동양물산기업이 원샷법 사업재편 계획 승인 신청서에 명시해야 하는 지원 항목 중 ‘금융 지원’은 포함하지 않은 점이 논란의 도화선이 됐다. 기업결합심사 단축과 연구개발(R&D) 지원만 명기했다. 일부 위원이 ‘원샷법을 통한 금융 지원은 특혜’라는 시각을 갖고 있어 금융 지원을 제외한 채 신청서를 제출했다는 지적이다. 일부 위원은 당시 회의에서 “금융 지원은 없다는 것을 전제로 승인해준 만큼 차후에라도 금융 지원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공개적으로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하지만 동양물산기업은 원샷법에 따라 사업재편 계획을 승인받자마자 산업은행에 대출을 신청했다. 산업은행은 여신 심사를 거쳐 이달 초 160억원의 인수자금을 대줬다. 원샷법 적용 기업이기 때문에 0.5%포인트의 금리 우대 혜택도 받았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양물산기업 내부에 충분한 유보 현금이 있었지만 원샷법 적용 기업은 금리 혜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대출로 인수자금을 충당한 것으로 안다”고 설명했다. 지난 6월 말 현재 동양물산기업은 약 336억원의 현금 및 현금성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동양물산기업은 국제종합기계를 인수하기 위해 ‘유암코·키스톤 기업재무안정 사모펀드’와 함께 특수목적회사(SPC)를 설립했다. 이 SPC에 동양물산기업이 160억원, 사모펀드가 430억원을 각각 출자했다. SPC는 590억원으로 국제종합기계 지분 100%를 사들였다.

산업은행은 원샷법 승인을 받았다고 해서 자동으로 대출을 해주는 것이 아니라 별도의 여신 심사를 통해 대출 적정성을 판단하기 때문에 특혜를 준 것은 아니라는 주장이다.

산업은행 관계자는 “동양물산기업이 어떤 항목으로 사업재편계획 승인을 받았는지 은행은 알아야 할 필요도, 알 방법도 없다”고 말했다.

정부 관계자도 “산업은행 자금은 정부 정책자금이 아니어서 ‘금융 지원’에 포함되지 않는다”고 해명했다. 이어 “정당한 법적 절차에 따라 주무부처인 산업부가 사업재편계획을 승인했다”며 “기업이 계획을 실행하기 위해 어떻게 자금을 조달할지는 정부가 개입할 일이 아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산업부가 지난달 배포한 원샷법 시행 보도자료에는 산업은행의 2조5000억원 규모의 기업재편자금이 원샷법의 주요 지원 내용으로 명시돼 있다.

■ 원샷법

기업활력 제고를 위한 특별법. 과잉 공급이 우려되는 업종에 한해 소규모 사업 분할 등 기업의 사업재편 절차를 간소화하고, 세제·금융 및 규제완화 혜택을 주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창재/정소람 기자 yoocoo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