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7일 서울 서초동 국립국악원 풍류사랑방에서 열린 토크콘서트 ‘다담’의 연사로 나선 그는 “사진은 단순한 기록물이 아니라 보는 이에게 메시지를 주는 매개”라며 “당장 눈에 들어오는 모습뿐 아니라 사진을 통해 전달하는 이야기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중앙대 사진학과에서 다큐멘터리 사진을 전공한 그가 문화재 전문 사진작가가 된 것도 이와 관련이 있다. 평소 촬영을 다니며 고궁 등 명소에서 느낀 아쉬움이 계기가 됐다.
“우리 문화재 앞에 선 대부분의 관광객이 마치 방문 도장을 찍듯 서둘러 사진을 찍고 다음 장소로 이동하더군요. 당시 문화재 사진도 마찬가지였습니다. 멋이나 가치를 보여주기보다 기록에 치중한 ‘보고서용 사진’이 주를 이뤘죠. 제가 좋은 사진을 찍어 문화재에 얽힌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었습니다.”
서씨가 ‘희한한 시간대’에 사진을 찍는 것도 이 때문이다. 안개가 끼거나 비 오는 날 새벽 4시 등 사람들이 주로 찾지 않는 때 문화재를 촬영하는 경우가 많다. “누구나 알고 있는 장소에서 새로운 분위기를 낼 수 있다”는 설명이다. 그는 “한겨울에 사진 작업을 하더라도 날씨와 빛을 잘 이용하면 따뜻한 느낌을 줄 수 있다”며 “전북 고창의 한 고인돌을 촬영했을 때, 배경인 황무지가 너무 삭막해 눈이 오는 밤을 기다려 포근한 풍경을 찍은 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제게 사진은 ‘우연히 얻어걸리는 것’이 아니라 철저한 계획과 조사를 통해 나오는 결과물입니다. 제가 쓰는 모니터 둘 중 하나는 오로지 일기예보를 보는 용도로 써요. 구름의 움직임 패턴까지 미리 알아보고, 원하는 표현을 잡아낼 수 있을 때 사진을 찍는 거죠.”
그는 “하루에 10~20군데에서 찍을 사진을 미리 구상해놓고 움직인다”며 “어떤 자연현상이 벌어지면 어디로 가야겠다는 메모를 항상 하고 있다”고 말했다. 창덕궁 부용정 사진을 이런 식으로 찍었다. 부용정 바깥에는 눈이 쌓이고, 연못 안 얼음은 녹은 상태를 포착하기 위해 3월 초를 노렸다.
서씨가 사진의 독특한 표현에 집중하는 것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움직이기 위해서다. “저의 목적은 사람들이 문화재를 직접 찾아보고 싶게 만드는 겁니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 자료사진을 찍을 때도 그랬어요. ‘우리 문화재니까 중요해’가 아니라, ‘현대와 호흡하고 공감하는 곳이다’를 보여주고 싶었죠. 심사 때 제 사진이 좋은 반응을 얻었던 것도 이런 점이 주효했다고 전해 들었습니다.”
그는 무엇이 사진을 잘 찍는 비결이라고 볼까. 그는 “휴머니즘이 가장 중요하다”고 말했다. “보는 이의 마음이 동할만한 ‘일인칭적 시점’을 사진에 넣으려면 친밀감과 관심이 중요해요. 누구든 사랑하는 사람을 촬영할 때 좋은 사진이 나오는 것처럼요. 사진 소재에 대해 잘 알아보고, 애정을 가지게 되면 좋은 사진을 찍을 수 있을 겁니다.”
선한결 기자 alway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