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대표(가운데)와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 김무성 전 대표(왼쪽)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26일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더민주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정세균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대표(가운데)와 정진석 원내대표(오른쪽), 김무성 전 대표(왼쪽) 등 새누리당 의원들이 26일 국회 예결위원회 회의장에서 열린 의원총회를 마치고 “더민주의 하수인을 자처하는 정세균은 물러나라”는 구호를 외치고 있다. 연합뉴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26일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해임건의안’ 강행 처리를 주도한 정세균 국회의장이 물러날 때까지 무기한 단식하겠다고 밝혔다.

이 대표는 이날 의원총회에서 “의회민주주의 복원을 위해 나는 목숨을 바칠 각오를 했다”며 “거야(巨野)의 횡포에 맞서기 위해선 비상한 방법을 쓸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 의장을 ‘정세균 의원’으로 지칭하며 “정 의원이 국회의장직을 사퇴할 때까지 무기한 단식농성을 오늘부터 시작하겠다”고 했다. 이 대표는 애초 계획이 잡혀 있던 외교 일정 오찬을 마친 뒤 오후부터 본격적인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농성 장소는 국회 당 대표실 집무실 안에 마련됐다. 매트리스 위에는 헌법·국회관계법 책이 놓였다. 매트리스 주변에는 ‘대한민국과 대한민국 국민과 대한민국 가치와 대한민국 국회를 지키겠습니다’라고 적힌 피켓이 놓였고, 집무실 내 TV에는 정 의장이 논란이 된 발언을 하는 관련 영상이 반복 상영됐다.

이 대표는 단식농성장을 찾은 의원들에게 “나도 33년간 정치권에 있었지만 이런 다수당의 횡포는 처음”이라며 “나는 한 번 시작하면 끝을 보는 사람이다. 그냥 어영부영하려고 한다면 시작도 안 했을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보였다.

새누리당은 정 의장의 사퇴를 촉구하는 의미로 이날부터 본회의장 앞에서 ‘릴레이 1인 시위’에 나섰다. 김무성 전 대표, 정진석 원내대표, 원유철 전 원내대표, 조원진 최고위원, 심재철 국회부의장, 이장우 최고위원, 나경원 의원, 강석호 최고위원, 정갑윤 전 국회부의장, 김광림 정책위원회 의장, 최경환 의원, 최연혜 최고위원 순서로 시위에 들어갔다. 정 원내대표는 이날 오후 의총에서 “1인 피켓 시위는 (새누리당 소속) 129명 의원 전원이 참여하는 가운데 무기한으로 계속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정 의장과의 전면전은 정 의장이 지난 해임건의안 표결 당시 의장석을 찾은 한 의원과 대화한 녹음 파일이 공개된 게 발단이 됐다. 음성 파일에는 정 의장이 “세월호(특별조사위원회 기간 연장)나 어버이연합(청문회) 둘 중에 하나를 내놓으라는 건데 안 내놔. 그냥 맨입으로 안 되는 거지”라고 말한 것으로 돼 있다. 본회의 통과 당시 국회의장석 마이크가 켜진 상태에서 대화를 나눈 게 그대로 녹음된 것이다.

정 원내대표는 정 의장을 ‘정세균 의원’으로 지칭하며 “정 의원은 대한민국 입법부 수장이 될 자격이 없는 분으로 민주당의 하수인에 불과하다”고 비난했다.

정 의장은 “정치란 원래 대화와 타협”이라며 “해임건의안 표결까지는 안 하려고 노력했는데 여야 간 협상과 타협이 이뤄지지 않는 상황에 대한 안타까움을 표시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정 의장은 우상호 더민주 원내대표와 박지원 국민의당 원내대표를 비공개로 만나 “국회를 정상화할 의무가 나에게 있지 않으냐”며 국정감사를 2~3일 연기하자고 제안했다. 국회 파행이 길어지면 정치적 부담을 안을 수밖에 없다는 판단에서다. 두 야당은 일단 난색을 보였다. 정국 파행에 따른 부담이 적지 않은 두 야당이 이를 수용하더라도 새누리당이 당장 이를 수용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 국회 파행이 당분간 계속될 가능성이 높다.

은정진 기자 silver@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