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뉴스

    ADVERTISEMENT

    "죽을 각오로 새 희망 색칠"…94세 노화가의 집념

    • 공유
    • 댓글
    • 클린뷰
    • 프린트
    '한국 근현대미술 산증인' 백영수 화백, 아트사이드서 개인전

    이중섭·김환기 등과 교류…한국미술 토양 살찌운 대가
    대표작·드로잉 등 50점 선봬…"이중섭은 말수 적고 순진"
    ‘한국미술의 산증인’ 백영수 화백이 2008년작 ‘귀로’(200×36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한국미술의 산증인’ 백영수 화백이 2008년작 ‘귀로’(200×360)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해방 직후 좌우 이념 대결로 혼란스러운 시기에 새로운 순수 조형미술을 꿈꾼 청년화가들이 있었다. 김환기 유영국 이규상이 그들이다. 당시 유행한 사실주의 화풍을 버리고 추상기법을 도입해 새로운 시대를 열자는 데 뜻을 모은 이들은 1947년 미술단체인 신사실파(新寫實派)를 결성했고, 화신화랑에서 첫 창립 전시를 열었다. 1949년 두 번째 전시에 장욱진이 참여했고, 1953년 부산 피란시절 세 번째 전시 때 이중섭과 백영수가 합류했다. 신사실파는 6·25전쟁이 휴전되고 더 이상 전시가 이어지지 못했지만 그동안 한국 미술을 이끈 원동력이 됐다. 올해 94세인 백영수 화백은 신사실파 회원 여섯 명 중 유일하게 생존한 ‘한국 미술의 산증인’이다.

    그가 다음달 23일까지 서울 통의동 아트사이드갤러리에서 개인전을 연다. 70년 미술인생에서 작품이 한 발자국 더 나아가면 보여주겠다고 공언한 노화백이 4년 만에 펼쳐보이는 작품전이다.

    이번 전시에는 대표작 30여점과 함께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제작한 드로잉과 콜라주 작품 25점을 걸었다. 작품에는 작가 자신을 상징하는 남자아이와 정신적 안식처인 어머니, 자아이자 벗으로 추정되는 새가 주로 등장한다. 따뜻한 사랑과 행복, 희망은 그의 단골 주제다. 어머니에 대한 향수가 담긴 1970~80년대 ‘모자상’ 시리즈는 파스텔톤의 청색조로 형체를 간소하게 드러내 기독교적 영성마저 느끼게 한다.

    온 가족의 교통사고(1989), 위암수술(1994) 등을 겪은 뒤 2000년대 탄생한 ‘여백, 창’ 시리즈는 세상과의 대화를 꿈꾸는 작품이다. 거대한 여백에 작은 창문만을 그린 풍경이 이채롭다. 창(세상)과 여백(인간 내면)을 조화롭게 병치해 진정한 삶이 무엇인지를 사유하게 한다.

    70여년의 화업을 ‘사랑과 희망의 산물’로 규정하는 그에게 그림은 이렇듯 포근함을 녹여내는 ‘삶의 용광로’ 같은 것이다. 고령에도 그림에 매달리는 것은 사랑과 희망을 놓고 싶지 않아서다. 경기 의정부에서 작업하는 백 화백은 요즘 그 어느 때보다 ‘미술 인생’에 보람을 느낀다고 했다.

    “화가로서 저는 행운아입니다. 다른 사람은 다 죽었는데 나만 운이 좋아 살아있어요. 이왕 산 김에 백 살까지 살아야겠어요. 4~5년 남은 동안 화가로서 젊은 생각을 잃지 않고, 열심히 그릴 겁니다.”

    사람 만나는 걸 좋아하는 그는 젊은 시절 이중섭 장욱진과 가깝게 지내며 두터운 교분을 쌓았다. 지금도 이중섭의 얘기를 꺼내면 눈시울이 붉어진다.

    “부산 피란시절 술집에서 중섭이(이중섭)와 세상 돌아가는 이야기를 하던 게 아직도 눈에 선해요. 중섭이는 말수가 적고 순진했죠. 중섭이가 부인이 고생한다며 일본에 1년만 가있으라며 보냈는데, 그때 부인이 안 갔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그는 한때 이중섭 김환기와 나란히 평가받았지만, 이후에는 그렇지 못했다. 이 때문인지 자신의 그림을 세상에 내놓는 것을 꺼렸다. 살림살이가 어려워도 좀처럼 그림을 팔지 않았다.

    백 화백은 두 살 때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를 따라 일본으로 건너가 1945년 오사카미술학교를 졸업했다. 신사실파 회원들과 교류하며 한국 미술의 토양을 살찌우던 그는 1977년 프랑스 파리로 이주해 일본 아트요미우리 화랑 전속작가로 활동하다가 2011년 귀국했다.

    2007년 환기미술관에서 열린 ‘신사실파 60년 기념전’과 2012년 광주시립미술관 초대전에 참가해 노화가의 열정을 보여줬다. 2012년에는 백 화백을 주인공으로 한 민병훈 감독의 영화 ‘가면과 거울’이 상영되기도 했다. (02)725-1020

    김경갑 기자 kkk10@hankyung.com

    ADVERTISEMENT

    1. 1

      더헤븐문화재단, '글로벌 K-컬처 문화대상' 시상식 개최

      더헤븐문화재단이 24일 ‘2025 글로벌 K-컬처 문화대상’ 수상자 16명을 발표했다. 이번 시상은 뉴스컬처 창간 19주년을 기념해 더헤븐리조트, 케이컬쳐진흥원 등과 공동으로 진행됐으며, K-문화의 발전과 국제 확산, 관광 분야 등에 기여한 인물을 선정했다.심사위원장 김진표 글로벌혁신연구원 이사장(전 국회의장)을 비롯해 이상기 케이컬쳐진흥원장(재외동포신문사 회장)을 비롯한 각계 전문가들이 심사에 참여했다. 학계에서는 송대섭 홍익대학교 명예교수, 김영록 서강대학교 교수, 우종웅 명지대학교 교수가 심사위원으로 함께했다.문화부문에서는 △탁영준·장철혁 SM엔터테인먼트 공동대표 △김병종 서울대 석좌교수 △전영백 홍익대 교수다. 대중문화부문은 △배우 신현준(HJ필름) △배우 문소리(유본컴퍼니) △작곡가 ‘알고보니 혼수상태’(SM C&C) △걸그룹 엔믹스(JYP엔터테인먼트)가 수상했다.세계 시장에 도전하는 강소기업을 뽑는 경제부문에서는 안병립 월드엔텍 회장이 선정됐다. 안 회장은 회사가 보유한 약 40여 종의 특허 기술을 기반으로 해외 사업을 확대한 것에 높은 평가를 받았다.국제부문에서는 박대성 트라이포럼 위원장이 수상했다. 트라이포럼은 2023년부터 한·미·일 3개국 간 문화 협력을 주제로 한 국제 심포지엄을 기획·운영하고 있다.ESG 부문은 △김광수 빙그레 대표이사 △김태균 한국전력기술 대표가 선정됐으며 사회공헌부문 대상은 △김장환 극동방송 이사장과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이 공동 수상했다. 김장환 이사장과 함영주 회장은 각각 남북 교류와 문화 확산, 글로벌 인물과 콘텐츠를 통한 K-컬처 홍보 활

    2. 2

      1인당 연간 '70병' 넘게 마셨다…韓 맥주 소비량 세계 15위

      한국의 맥주 소비량이 세계 15위로 집계됐다.24일 일본 기린홀딩스의 '2024년 국가별 맥주 소비량' 자료에 따르면 한국의 지난해 맥주 소비량은 230.7만 킬로리터(KL)로 170개 국가 중 15위에 올랐다. 이는 전년 대비 0.7% 증가한 수치다.기린홀딩스는 각국 맥주협회를 대상으로 독자적으로 실시한 설문 조사와 최신 해외 자료를 바탕으로 전 세계 170개 주요 국가와 지역의 맥주 소비량을 집계했다.기린홀딩스에 따르면 한국인 한 명이 1년간 마신 평균 맥주 소비량은 44.6L로, 약 70.5병(633mL 기준)으로 나타났다. 전년 대비 0.6병 증가했다.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는 중국(4053.4만 KL)으로 22년 연속 1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이어 미국(2234.0만 KL)이 2위, 브라질(1530.4만 KL)이 3위에 올랐고, 일본(413.5만 KL)은 11위로 집계됐다.1인당 연간 맥주 소비량이 가장 많은 국가 1위는 체코로, 인당 148.8L를 마신 것으로 집계됐다. 이 부문에서 체코는 32년 연속 1위다.세계 맥주 총소비량은 1억 9412만 KL로 전년 대비 0.5%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도쿄돔 약 157개를 가득 채우는 분량에 해당한다고 기린홀딩스를 전했다.이보배 한경닷컴 객원기자 newsinfo@hankyung.com

    3. 3

      대참사가 된 <대홍수>, 넷플릭스의 300억짜리 참담한 연말 선물

      한국 영화계에서 SF는 무덤이다. 흥행으로 보나 비평으로 보나 지금껏 성공한 적이 거의 없다. 멀게는 심형래의 <용가리>와 <D-워> 같은 작품이 있었지만 그건 대체로 열외로 치는 분위기이다. SF 장르는 두 가지 측면에서 한국으로선 어려운 허들 경기인 셈이었는데 하나는 테크놀로지와 그것을 구현하는 자본력이었고 또 하나는 개연성을 지닌 상상력과 스토리였다.전자의 경우 본격 SF 장르를 구현하려는 시도는 넷플릭스의 등장 이후에 이루어졌다. 감독 조성희의 <승리호>(2021)와 함께 배우 정우성이 제작한 8부작 <고요의 바다>(2021)가 잇따라 선보였지만 그다지 성공적이지 못했다. 자본과 기술력(CG, VFX)의 발전은 눈부셨지만 스토리 면에서 불안정했다. 이야기의 목표지점이 분명하지 못했으며 대중적인 재미도 선사하지 못했다. 그래도 강수연의 유작 <정이>는 액션감이 있고 스토리의 구성력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과거 할리우드 영화 <엣지 오브 투모로우> 냄새가 났다. 에피소드를 반복하면서 전체 서사를 진화시키는 구조였다. 주인공이 죽었다가 다시 직전 과거로 돌아가 죽을 상황 하나하나를 개선하거나 극복해 가는 이야기이다. 어느 정도 주목은 받았지만, 수작이라는 평가까지는 이어지지 못했다. SF는 사실 미래를 얘기하려는 장르가 아니다. 현시점의 정치·경제·사회적, 인간적 난제를 상상력의 테두리 안에 넣고 역설의 해법을 찾아 나가려는 목적성을 지닌다. 사이즈와 자본력의 차이는 차치하고 할리우드의 수많은 SF 영화들, 예컨대 <듄>이나 <아바타>, 그리고 감독 봉준호의 <미키17>이 결국 미래가 아닌 현실과 과거를 더욱 명료하게 바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