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중 스파이 마타 하리가 투사라고?
이국적이면서도 관능적인 춤으로 20세기 유럽 전역을 사로잡은 전설의 무희. 유행을 선도한 패셔니스타이자 권력자들과 숱한 염문을 뿌린 여성. 제1차 세계대전 때 독일군에 협력한 이중 스파이 혐의로 프랑스군에 체포돼 총살당한 비운의 인물. 이렇듯 파란만장한 삶을 산 마타 하리가 세계적인 작가 파울로 코엘료의 소설에 등장했다.

코엘료의 새 장편소설 《스파이》(오진영 옮김, 문학동네)가 번역, 출간됐다. 그의 신작은 《불륜》 이후 2년 만이다.

코엘료가 실존 인물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건 이번이 처음이다. 마타 하리가 교도소에 수감돼 처형을 기다리는 동안 편지를 쓸 펜 한 자루와 종이 몇 장만을 요구했다는 사실에 착안해 마타 하리와 그를 대리한 변호사가 주고받은 편지 형식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소설은 독일군과의 전투에서 연패한 프랑스군이 그 잘못을 희석시키기 위해 마타 하리에게 누명을 씌워 처형한 것으로 설정했다. 여기에 더해 여자가 대중 앞에서 옷을 벗고, 권력자들과 은밀한 관계를 가졌다는 ‘괘씸죄’까지 더해진다.

코엘료는 마타 하리를 부당하게 희생된 사람으로만 그리지 않는다. 거짓에 맞서서 끝까지 의연하게 싸운 투사로 그려낸다. 작가의 집필 의도는 이런 구절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나는 시대를 잘못 태어난 여자이고, 무엇도 그 사실을 바꿀 수 없을 것입니다. 훗날 내 이름이 기억될지 모르겠지만, 만일 그렇게 된다면 나는 희생자가 아니라 용기 있게 앞으로 나아간 사람, 치러야 할 대가를 당당히 치른 사람으로 기억되길 바랍니다.”

양병훈 기자 h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