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st Practice
마이크로소프트의 클라우드 전략

싱가포르 중심부 마리나베이 북쪽에 설치된 F1(포뮬러원: 세계자동차연맹의 자동차경주 월드 챔피언십) 경기장 한가운데 자리잡은 르노F1팀 차고 중심엔 마이크로소프트(MS)의 전사적자원관리프로그램(ERP) 다이내믹스AX가 설치된 노트북이 놓여 있다. ERP는 설계·구매·생산·재무·인사 등을 아우르는 기업 전체의 경영자원을 통합적으로 관리해 경영 효율성을 높이는 프로그램이다. 싱가포르에 있는 르노F1 엔지니어가 부품번호만 입력하면 영국 런던 본사와 공장의 모든 부서 인력이 즉각 인력과 예산을 고려해 부품조달에 나선다. 연습주행날 주문한 부품은 런던에서 24시간 내로 싱가포르에 도착한다.
르노F1 팀의 엔지니어들이 15일 연습주행 도중 차고에 들어온 레이싱카를 점검하고 있다.
르노F1 팀의 엔지니어들이 15일 연습주행 도중 차고에 들어온 레이싱카를 점검하고 있다.
르노F1팀에서 활용하는 MS 프로그램을 취재하기 위해 지난 15일 싱가포르 F1 서킷(자동차가 달리는 경주로)을 방문했다. 시릴 아비테불 르노F1 엔진담당 이사는 “F1팀에게 속도는 승부와 직접적인 연관이 있다”며 “자동차 회사에 비해 부품 개발 주기가 20배 이상 빠른 르노F1 팀에서 MS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MS 프로그램으로 시간·비용 절약

르노F1팀은 이번 싱가포르 F1에 참가한 21개팀 중 하나다. 르노F1팀의 예산은 페라리, 레드불 같은 수위권 팀들의 절반에 불과하다. 아비테불 이사는 “수위권 팀들 절반 수준 예산으로 차이없는 수준의 차량을 보유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르노F1팀이 경쟁력을 유지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실시간으로 주행 데이터를 내려받아 다음해 부품 설계에 착수할 수 있게 돕는 MS의 클라우드 기반 데이터 예측 서비스 ‘애저(Azure)’ 머신러닝 덕분이다. 클라우드는 데이터를 거대한 데이터센터 서버에 저장해 시공간에 관계없이 이용이 가능하게 하는 서비스다.

르노F1의 차량에 부착된 200개 이상의 센서가 한번 서킷을 돌 때마다 만들어내는 데이터는 50GB. 이 데이터는 즉각 런던 본사 엔지니어에게 보내져 불과 4개월이면 다시 바뀌는 F1 규제에 맞춰 새롭게 차와 부품을 만드는 데 쓰이고 있다. 애저 머신러닝은 이 차량 데이터로 경기장 도로·기후·계절 데이터를 적용한 시뮬레이션을 수차례 진행하고 차량 및 부품을 설계하는 데 쓰인다.

르노F1은 PC나 ‘윈도’ 같은 운영체제에서 기업이 보유한 빅데이터를 다루는 B2B(기업간 전자상거래) 기업으로 거듭나고 있는 MS ‘선구안’을 2012년 일찍 받아들인 ‘얼리어답터’다. 르노F1은 MS의 B2B 제품 ERP와 클라우드를 받아들인 성공 사례다.

기업고객에 주력…클라우드 사업 우선

2014년 취임한 사티아 나델라 MS 최고경영자(CEO)는 당시 “더 많은 사람이 더 많은 것을 이룰 수 있게 도와주자”며 ‘클라우드 퍼스트’ 전략을 내세웠다. 클라우드에 기반한 B2B사업 비중을 늘리겠다는 뜻이었다.

MS의 상업용 클라우드사업은 애저 머신러닝, 르노F1이 도입한 다이내믹스365 등 기업용 제품으로 구성된다. MS는 기업고객 보안서비스 강화를 위해 사내 보안전문가를 모아 해커들을 사전 차단하는 ‘공격 팀’과 이상 징후를 발견하고 막는 ‘방어 팀’도 꾸렸다. 이 같은 MS의 변화는 지난 2분기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났다.

MS는 지난 6월까지 2016 회계연도 실적 발표에서 매출이 전문가 예상치인 691억4000만달러를 크게 뛰어넘는 853억2000만달러(약 97조4780억원)를 기록했다고 7월19일 밝혔다. 순이익도 168억달러로 전년 대비 38% 증가했다.

MS가 시장 전망을 뛰어넘은 이유는 클라우드사업 덕분이다. 애저가 포함된 클라우드 사업부의 2분기 매출은 전년보다 6.6% 증가한 67억1000만달러를 기록했다. 오피스365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가 중심이 된 기업프로세스 사업부 매출도 전년보다 4.6% 늘어난 69억7000만달러에 달했다. ‘윈도’가 포함된 PC사업부는 시장 전망대로 전년 동기 대비 6.3% 감소한 400억4600만달러의 매출을 나타냈다.

월스트리트저널은 클라우드 사업에 초점을 맞춘 나델라 CEO의 전략이 들어맞고 있다고 평가했다. 특히 애저 클라우드 매출은 지난해에 비해 102% 급성장했다. MS는 내년 121억달러 이상의 수익을 클라우드 관련 사업에서 낼 것으로 보고 있다.
페파인 리히터 마이크로소프트 다이내믹스AX 마케팅 책임자(왼쪽)와 시릴 아비테불 르노스포츠 엔진담당 이사가 대화하고 있다.
페파인 리히터 마이크로소프트 다이내믹스AX 마케팅 책임자(왼쪽)와 시릴 아비테불 르노스포츠 엔진담당 이사가 대화하고 있다.
선두주자 아마존 추격 나서

MS는 상업용 클라우드 연간 매출을 2018년까지 200억달러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클라우드 서비스는 기업용 소프트웨어 성장도 이끌고 있다. MS는 오피스365 비즈니스 가입자가 전년 동기 대비 45% 증가했다고 밝혔다. 기존 다이내믹스AX 가입자를 다이내믹스365로 이전시키는 데 성공하면 CRM(고객 분석과 관리를 위한 고객관계관리)/ERP 잠정고객사로 1000만곳을 확보하게 된다. ERP인 다이내믹스AX에 CRM을 포함한 다이내믹스365를 도입한 기업 중엔 르노F1팀도 있다.

MS 전망이 긍정적이기만 한 것은 아니다. MS의 애저가 속한 클라우드 서비스 시장에서 아마존의 아마존웹서비스(AWS)의 시장지배적 지위는 확고하다. 시장조사업체 시너지리서치그룹에 따르면 AWS의 시장점유율은 31%로 2위인 MS의 애저(9%)에 비해서도 크게 앞서는 것으로 나타났다.

MS는 경쟁사의 기업용 소프트웨어까지 애저 클라우드로 끌어들여 아마존에 대항하고 있다. ERP와 CRM 등 기업용 소프트웨어 시장에서 경쟁사인 SAP와 손잡고 하나(HANA)를 애저 클라우드에서 사용할 수 있게 했다. IBM과도 각자 클라우드에서 양사의 기업용 소프트웨어를 쓸 수 있게 협력하고 있다. 내년 2분기부터는 제너럴일렉트릭(GE)의 사물인터넷(IoT) 플랫폼인 ‘프리딕스’도 MS 클라우드에서 이용할 수 있다.

싱가포르=박진우 기자 jw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