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정자치부와 지방공기업들이 민간에 이양키로 약속한 골프장 호텔 등 수익사업의 매각 시기를 차기 정부가 들어서는 2018년 이후로 줄줄이 연기한 것으로 조사됐다.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민간에 매각하겠다던 1년 전 발표와는 거리가 먼 행보다. 지방공기업의 각종 사업들이 실제로 민간에 이양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수익사업 매각 차기 정부 이후로

지방공기업 수익사업 매각 '차일피일'
시민단체인 바른사회시민회의는 18일 “지난해 9월 행자부가 민간에 넘기기로 확정했다고 발표한 16개 지방공기업, 23개 수익사업의 ‘민간 이양 세부이행계획안’을 전수조사한 결과 올해 말까지 매각이 끝났거나 완료되는 사업은 7개로 전체의 30.4%에 불과했다”고 발표했다.

나머지 사업 가운데 13개(56.5%)는 2018년 이후에 민간 대상 매각 작업을 추진하는 것으로 일정이 잡혔다. 광주도시공사의 빛고을CC, 전주시시설관리공단의 전주월드컵골프장, 안산도시공사의 안산골프연습장 등이 대표적이다. 서울 강북구도시관리공단의 오동골프클럽연습장, 서울 성북구도시관리공단의 북악골프연습장 등 3개 사업(13.1%)은 아예 2020년 이후 매각하는 걸로 결정됐다.

지방공기업 수익사업 매각 '차일피일'
행자부는 작년 9월 ‘골프장 목욕탕 등 23개 지방공기업 사업, 민간으로 넘긴다’는 제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를 통해 같은 해 10월 말까지 지방자치단체와 협의해 세부이행계획을 세워 올해부터 본격적으로 민간이양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지방공기업들이 민간 영역을 침해·위축시키는 사업에서 철수하도록 유도해 본연의 기능에 집중토록 하고 지역 민간경제도 활성화하자는 취지에서였다. 바른사회시민회의가 전수조사한 23개 사업의 세부이행계획안은 행자부의 이런 발표 내용과 동떨어진 것이다.

지방공기업들은 골프장 골프연습장 휴게소 등의 수익사업을 매각할 경우 복지·공공체육시설 등의 적자를 보전할 방법이 사라지거나 민간기업들이 수익성 위주로 무분별한 개발에 나설 경우 자연환경 훼손이 우려된다는 등의 이유를 내세우며 민간 이양 시기를 늦췄다고 바른사회시민회의는 설명했다.

김영훈 바른사회시민회의 경제실장은 “지방공기업 사업 매각이 차기 정부로 넘어가면 주민의견 수렴, 전문기관 연구용역 등을 거치는 과정에서 민간 이양이 아예 중단될 가능성이 있다”며 “지자체들이 이런 점을 노리고 사업 매각을 뒤로 늦추고 있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지적했다.

◆행자부 정책토론회 ‘말로만’

행자부는 작년 9월 보도자료에서 장난감 대여, 키즈카페, 산후조리원, 캠핑장, 마을순환버스, 면세점 등 9개 사업은 민간 이양을 할지 추가로 결정하기 위해 심층 논의를 하겠다고도 발표했다. 지방공기업이 이들 사업을 하는 것이 적정한지 찬반 의견이 팽팽했기 때문이다. 행자부는 온·오프라인 대국민 정책토론회를 열어 각계각층의 의견을 수렴한 뒤 최종 방침을 정리하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행자부는 1년이 다 지나도록 관련 논의를 한 차례도 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바른사회시민회의는 “관련 내용에 대한 정보 공개를 청구한 결과 행자부는 ‘온·오프라인 정책토론회나 세미나 등을 집행한 바가 없어 해당 자료를 보유하고 있지 않다’고 답변했다”고 밝혔다. 김 실장은 “행자부는 정책 신뢰성을 높이기 위해 국민에게 약속한 정책토론회 등을 충실히 이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